문재인 대통령 “北 회담 깰 의도 없어” 트럼프에 차분한 대응 주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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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힘겨루기]美시간 토요일밤에 이례적 통화

11일만에 또… 20분간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20분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왜 강경 일변도로 돌아섰는지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1일만에 또… 20분간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20분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왜 강경 일변도로 돌아섰는지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전화 통화를 갖고 최근 북한의 계속된 강경 반응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나는데도 두 정상이 전화 통화를 가진 것은 외교관례상 꽤 이례적이다. 그만큼 싱가포르 북-미 담판을 앞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요구에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물밑에서 북-미 양측에 ‘수위 조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중재를 위해 21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 靑, “北 요구에 입장 없다”


북한이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요구에 대해 “현재로서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연이은 대남 압박에 청와대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반응을 보여 봤자 갈등만 더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요구에 긍정인지 부정인지 밝히는 것 자체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며 “싱가포르 담판을 앞두고 판을 흔들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는 자칫 ‘남남(南南)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초대형 이슈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는 북-미 모두 싱가포르 담판을 무산시킬 의도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백악관과 평양 모두 싱가포르 담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각종 요구들도 북한 내 일부의 목소리이거나 대미 협상을 앞둔 전략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처음에는 백악관을 겨냥했다가 별 반응이 없자 한국을 겨냥한 측면이 있는 만큼, 우리가 굳이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초 김계관 외무성 제1부장 명의의 담화로 백악관에 기 싸움을 걸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다음 수순으로 청와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회담장에 나올 것”… 트럼프 달래는 文

일단 청와대는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미 양쪽 어디라도 자극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이 더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을 다시 한 번 전달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 가지 반응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두 정상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향후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무리한 요구들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핵 담판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반응’ 중 일부라는 인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강경 반응의 의도가 무엇인지, 청와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을 했고, 문 대통령이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도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도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한국 취재진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에 나서게 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첫 단계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무산되거나, 북한이 한국 취재진을 초청하지 않는다면 삽시간에 긴장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북미 회담#북한#트럼프#차분한 대응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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