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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여성만 오라”… 분노의 붉은 옷 1만여명 도심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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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여성만 오라”… 분노의 붉은 옷 1만여명 도심 메웠다

김은지 기자 입력 2018-05-21 03:00수정 2018-08-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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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성차별 수사” 대학로 항의 집회 “여자가 찍히면 ‘품번 뭐냐’, 남자가 찍히면 ‘구속 수사.’”

붉은 옷을 입은 여성 1만여 명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 모여 외쳤다. 여성이 피해자인 몰래카메라(몰카) 영상은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음란물로, 남성이 피해자인 몰카 영상은 범죄로 인식된다는 주장이다. ‘품번’은 음란 영상의 제품번호를 일컫는다.

이들은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한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 범인이 여성이라 구속됐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에 동조해 시위에 나왔다. 당초 집회 신고 인원은 2000명이고, 경찰은 500명가량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모인 건 1만 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여성이 참여한 단일 현안 집회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 “몰카 공포 일상화 이 기회에 끝내야”

이번 집회는 여성우월주의 사이트 ‘워마드’가 주도했다. 언뜻 보기엔 비상식적인 주장을 담은 시위에 평범한 1만 명 넘는 여성이 참가한 건 그만큼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몰카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홍대 몰카 사건 범인 안모 씨(25·여)는 1일 워마드에 남성 동료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했다가 9일 만에 체포돼 구속됐다. 만약 이번 사건이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일반 몰카 사건이었다면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여성들은 이번 기회에 몰카에 대한 여성의 공포가 일상화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로 뭉쳤다. 취업준비생 강모 씨(23·여)는 “화장실이나 숙박업소에 갈 때마다 늘 몰카가 두려워 일일이 살펴봐왔다. 몰카는 피해자인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중대범죄지만 정작 남자들 사이에선 유희적 문화처럼 소비되고 있는 데 분노해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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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집회 참가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고 사진 촬영도 원거리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일부 남성이 스파이더맨 등의 복장으로 위장하고 시위 여성들을 몰래 촬영해 실시간 방송하다가 붙잡혀 커피 세례를 받고 집단 구타당했다. 한 30대 남성이 시위 현장 인근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려 하자 여성들이 ‘찍지 마!’라고 일제히 외치며 제지하기도 했다.

○ 이철성 경찰청장, 21일 ‘해명 방송’

홍대 몰카 사건은 엄연한 범죄다. 경찰은 범인 안 씨가 몰카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해 사안이 중대하고, 몰카를 찍은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려 증거를 인멸했기에 구속한 것이지 여성인 것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수사 9일 만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누드 크로키 수업에 있던 사람이 20명뿐이라 범인을 특정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2018년 5월 남성 몰카범의 2.6%(2만2155명 중 572명)가 구속된 반면 여성 몰카범은 0.9%(580명 중 5명)가 구속됐다. 피해자가 남자인 사건은 가해자의 0.2%(876명 중 2명)가 구속된 반면 피해자가 여자면 가해자의 1.8%(2만9194명 중 538명)가 구속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시위의 촉매제가 된 홍대 몰카 사건이 경찰의 편파수사였다는 주장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40만 명 넘게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몰카 성차별 수사#대학로 항의 집회#1만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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