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졸 검정고시 나란히 합격한 50대 부부… 76세 할머니는 최고령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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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넌 배운 것도 없으면서 아이들은 왜 유난스럽게 가르치느냐’며 윽박지를 때마다 한이 맺혔죠. 이제라도 사람답게, 떳떳하게 살고 싶더라고요.”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2018년도 검정고시 합격증서 수여식’에서 만난 우정숙 할머니(76)는 초졸 검정고시 합격자 중 최고령자다. 합격증서를 받아 들고 단상을 내려오는 우 할머니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우 할머니는 6·25전쟁이 나면서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피란길에 올랐다. 피란지에서 돌아온 뒤에는 섬유공장에 다니며 새어머니가 낳은 다섯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모진 세월 동안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기 위해 뒤늦게 용기를 냈다. 우 할머니는 “아들들이 어머니 축하한다고 삼계탕 먹자고 하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윤모 씨(59)·이모 씨(58·여) 부부는 나란히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이웃사촌처럼 자란 두 사람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어른이 돼 다시 만난 둘은 서로에게 반해 결혼했다. 지난해 3월 손잡고 강동야학을 찾아 아들 둘을 기르느라 미뤄 놓은 공부도 함께 시작했다. 윤 씨는 “어둠 속을 걷는 것처럼 60년을 막막하게 살아왔는데 이제 함께 대학에 가겠단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지역 검정고시를 통과한 사람은 초졸 389명, 중졸 986명, 고졸 2669명으로 총 4044명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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