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의 필적]〈5〉감성과 강인함 겸비한 팝의 황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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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친필 서명.
마이클 잭슨의 친필 서명.

서명은 다른 글자와 달리 수천 번 쓰기 때문에 쓴 사람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 다른 사람이 따라 쓰려고 해도 쉽지 않아서 문서나 서화 감정에서도 서명이 맞는지를 살피는 것이 기본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팝스타인 마이클 잭슨만큼 개성이 강하고 힘차며 아름다운 서명도 찾기 어렵다. 서명 하나만 보아도 마이클 잭슨은 비범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는 꽤 크고 두꺼운 종이와 펜을 가지고 다니면서 작품을 하듯 서명을 해주었다.

필적학자들은 가로행의 글씨에서 오른쪽 위로 향하는 것과 세로행의 글씨에서 왼쪽으로 쏠리는 것은 낙천적 기질을, 그 반대의 경우는 우울증 성향을 보인다는 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마이클 잭슨의 첫 문자인 ‘M’의 오른쪽 위 꼭짓점은 왼쪽 위 꼭짓점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고 거의 90도로 직상향한다. 초긍정 마인드로 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은 공존하기 어려운 성향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l’과 ‘J’의 곡선이 큰 원을 그리는 것을 보면 에너지가 충만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작고 균형 잡힌 글씨들을 보면 논리력이나 합리성도 갖추었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필획은 예술적 감성을 보여주는데 반대로 ‘M’에서는 직선과 각이 있어서 강인함과 단호함까지 겸비했다.

알파벳 글자 중 맨 위와 아래 구역이 유난히 발달했다. 맨 위의 구역은 이상, 야망, 정신적 특성이며, 아래 구역은 본능, 비밀, 섹스, 물질적인 관심 등을 드러낸다. 일상생활의 모습, 합리성, 사회적 자신감 등을 나타내는 가운데 구역도 평균인 이상으로 발달했지만 다른 구역은 이를 압도한다. 일상의 삶보다는 야망, 이상을 추구했고 한편 본능이나 섹스, 물질적인 관심에 치중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삶이었으니 내면의 갈등이 심했을 것이다. 글자가 서로 심하게 침범하는 것이 그 징표이다.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
#서명#마이클 잭슨#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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