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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정치인 이념지형도’ 만들어… 적대세력 분류땐 댓글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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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정치인 이념지형도’ 만들어… 적대세력 분류땐 댓글공격

김동혁 기자 , 장관석 기자 , 안보겸 채널A기자입력 2018-04-26 03:00수정 2018-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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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파문]경공모에 유포한 문건 살펴보니…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사진)의 글이나 대화 메시지를 보면 진보와 보수라는 기준만으로 지지나 비판 의사를 정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치세력을 철저히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세력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등 온라인 여론 조작에 나섰다. 같은 당, 같은 성향의 정당이나 정치인이라도 일단 ‘적’으로 규정지으면 어김없이 반대 여론을 부추겼다.

지난해 9월 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비공개 블로그에 ‘정치성향 가치분포도’라는 그림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와 ‘오늘의유머(오유)’ 등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과 집단을 총망라한 뒤 성향을 분석한 것이다. 일종의 ‘이념 지형도’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동지와 적’을 설명했다.

○ 적군과 아군 가르는 4가지 기준

김 씨가 내세운 기준은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공생 추구와 약육강식 추구 등 4가지이다. 경공모는 공생과 공동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으로 분류했다. 경공모는 평소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부도덕하고 무능한 재벌들을 축출하고 왜곡된 경제 시스템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공동체주의도 경공모의 특징이다. 이들은 경기 파주시 일대에 이른바 ‘두루미타운’을 만들어 함께 사는 구상도 갖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학생운동원, 민주당도 같은 영역으로 분류했다.

반면 경공모의 대척점에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인 ‘일베’와 ‘약탈적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약탈적 기업은 재벌로 추정된다. 김 씨는 이들이 약육강식과 개인주의를 추구한다며 사실상 반사회적 집단과 동일시했다.

MB와 한국당은 공동체를 우선시하지만 약육강식의 가치를 따르는 것으로 분류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여기에 포함됐다. 김 씨는 안 후보를 “재벌과 유착된 사람” “서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해 왔다. 박 의원에 대해서는 “동교동계를 말아먹은 사람” “민주당에는 절대 와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대표하는 ‘동교동’과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도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DJ 사후 동교동은 공생 대신 약육강식을 택했다. 이 후보는 과거 반DJ 운동을 했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일베와 같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친문’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과 맞붙자 김 씨가 이 후보 관련 기사에 비난 댓글을 달고 추천 수에도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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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직후 내각 명단 ‘예언’

지형도에 포함된 당사자들은 대부분 평가 절하했다. 박지원 의원은 “(표를 보니) 증권 사주풀이 브로커 같다.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정치 보부상의 구상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답했다. 안철수 후보는 드루킹의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측도 김 씨를 “정치 거간꾼”이라고 비난하며 “공동체주의를 강조하고 문 대통령과 친문을 따로 분류한 것 자체가 자기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김 씨는 지난해 대선 당일 문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자 경공모 단체 대화방에서 새 정부 1기 내각 명단을 예측했다고 한다. 김 씨가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 쪽에서 나온 얘기”라며 거론했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그의 예상대로 실제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 씨는 또 회원들에게 외교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론하며 “우리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장관석 기자·안보겸 채널A기자
#드루킹#여론조작#댓글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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