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수영장에 스파까지… ‘집텔’에서 하룻밤 어떨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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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바비큐는 기본, 힐링 체험으로 진화하는 펜션문화

최근 선보이는 펜션들은 개인수영장을 갖춘 풀빌라 형태가 많다. 펜션에 묵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더시크릿 제공
최근 선보이는 펜션들은 개인수영장을 갖춘 풀빌라 형태가 많다. 펜션에 묵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더시크릿 제공
다른 ‘집’에서의 하루

##오후에 집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집 앞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따뜻한 물로 채워진 수영장. 우리 가족만의 것이다. 햇볕 아래서 엄마 아빠, 나와 동생이 함께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해질 무렵이 되니 배가 고파졌다. 집에 오기 전 마트에서 산 먹을거리는 냉장고에 가득 채워져 있다. 엄마 아빠는 부엌에서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오늘 저녁은 바비큐다. 테라스엔 야외용 식탁과 바비큐 그릴이 있다. 우리 집 전용이라 고기만 있으면 언제든 노을 아래서 멋진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욕조로 향했다. 우리 집 2층엔 스파도 있다.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풀려간다. 스파와 거실, 부엌을 쿵쾅거리면서 오르락내리락해도, 단독주택이라 이웃의 층간소음 항의가 없다.

햇볕 받으면서 일어난 다음 날 아침, 토스트와 음료를 조식으로 받아왔다. 집안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수영장행. 좀 있으면 떠날 시간이다. 하룻밤 빌린 집, 펜션을 떠나 진짜 집으로 갈 시간.


최근 뜨는 풀빌라 펜션에서의 하루는 대략 이렇게 꾸려진다. 풀빌라(pool villa)는 ‘수영장이 갖춰진 별장식 주택’을 뜻하는 말. 펜션이 풀빌라 형태를 끌어들이면서 ‘개인 수영장이 딸린 단독주택 한 채’에서 주말을 즐기는 것이 핫트렌드가 됐다. 풀빌라 펜션은 그야말로 사생활 보장을 지향하는지라 스파도, 바비큐 그릴도 모두 그곳에 묵는 이들 전용으로 갖춰졌다. 하룻밤 숙박비가 무려 40만 원이 넘는 곳도 적지 않지만 인기가 만만치 않다.

개별수영장, 개별 바비큐장

pension [pεnʃən]1.[명사] 연금; 생활보조금, 수당2.[명사](불어,유럽 국가들) 작은 호텔
pension [pεnʃən]
1.[명사] 연금; 생활보조금, 수당
2.[명사](불어,유럽 국가들) 작은 호텔
풀빌라 펜션 ‘더시크릿’의 윤태완 양평점 지점장은 “현재 14채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이면 객실이 모두 찬다”면서 “앞으로 20채 정도 더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시크릿은 객실마다 개별수영장과 스파가 있고 공용 수영장도 따로 만들었다. 더시크릿 북한강점의 공용 수영장엔 스크린을 갖춰 물놀이하면서 영화도 볼 수 있도록 했다.

풀빌라 펜션은 독채마다 개별수영장이 있는 게 기본 정의이지만, 최근 선보이는 펜션들은 이렇듯 호텔에나 있던 공용 수영장과 스파를 더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호텔급 설비를 갖추고 그만큼의 비용을 내고 즐기도록 하되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게 이 펜션이 추구하는 내용이다. 취사를 할 수 없는 호텔과 달리 펜션은 조리가 가능하다는 게 큰 차이점이지만, 최근 펜션들은 호텔처럼 조식도 제공하고 있다. 오후에 체크인해서 저녁식사는 펜션의 전형인 바비큐를, 아침은 호텔처럼 제공되는 조식을 먹은 뒤 점심 전 체크아웃하는 게 하룻밤 일정이다.

영어 단어 ‘펜션(pension)’의 원래 뜻은 ‘연금’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펜션이 시작된 유럽 등지에서 시골로 이주한 은퇴자들이 집을 빌려주고 받은 수입으로 노후를 보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에선 20∼30년 전 해수욕장 인근에서 볼 수 있었던 민박이 펜션의 전 단계였다. 주5일 근무제로 주말여행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숙박시설에 대한 수요가 생긴 것이다. 펜션 창업 대행 업체인 ‘펜션프로젝트팀 로직’의 전용환 대표는 “호텔의 엄격함이나 콘도의 획일성, 모텔의 부정적인 이미지 등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대도시 인근 전원지역에 자리 잡은 펜션은 새로운 형태의 ‘체험형’ 여가시설로 각광받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초창기 펜션이 큰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는 ‘바비큐’다. 조리가 가능한 콘도나 일반 가정에서도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심과 가까운 전원의 펜션에서 바비큐를 먹으면서 보내는 하룻밤 체험은 펜션이라는 숙박시설이 빠르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단순했던 초기 펜션과 달리 고급스러운 시설과 수영장, 조식 제공 등을 더한 최근의 펜션들에도 빠지지 않고 바비큐장이 놓이는 이유다. 예전엔 숙소와 떨어진 야외에 바비큐장이 있었지만, 점차 숙소와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요즘 펜션들은 방이나 부엌과 연결된 실외에 바비큐장을 두고 있다. 펜션들은 그릴과 조리기구, 숯불과 석쇠, 식기와 수저세트까지 준비해 놓고, 배불리 먹을 고기를 사들고 오는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펜션은 진화한다

펜션은 특성화된 테마를 가미하면서 변화해왔다. 키즈펜션(위)과 스파펜션. 호수창이예쁜가·전용환 씨 제공
펜션은 특성화된 테마를 가미하면서 변화해왔다. 키즈펜션(위)과 스파펜션. 호수창이예쁜가·전용환 씨 제공

‘고기를 구워먹고 자는 곳’으로 여겨졌던 펜션은 셀링포인트를 더하면서 여행객들의 관심을 이어갔다. 욕조를 객실 안에 두고 온천욕을 즐기도록 하는 스파펜션의 출현이 대표적이다. 다채로운 색깔의 조명과 기포, 물살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욕조에서 피로를 풀도록 한다는 게 스파펜션의 특징이다. 경기 양평의 앨리스펜션, 강원 춘천의 알바노펜션, 인천 강화도의 아이엠스파펜션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파펜션으로 꼽힌다.

호텔처럼 야외수영장을 갖춘 펜션도 등장했다. 함께할 수 있는 즐길 거리를 찾는 가족들을 타깃으로 삼아서다. 경기 가평의 까사32펜션은 눈앞에 펼쳐진 북한강을 보면서 수영할 수 있는 수영장으로 유명하다. 경기 가평의 어린왕자의나무별펜션, 경기 안산의 대부도펜션시티펜션 등은 워터슬라이드가 있는 대형 수영장을 갖춰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최근 세워지는 펜션들은 대개 풀빌라형이지만 스파펜션과 수영장펜션까지 더한 곳이 많다. 독채에 딸린 개인 수영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설비가 단조로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야외 수영장도 함께 두는 것이다. 더시크릿, 충북 청주의 프리메라풀빌라, 강원 횡성의 자연과힐링리조트 등이 그렇다. 풀빌라 펜션들은 펜션 고급화의 끝판왕 격이어서 숙박비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밖에서 사 먹고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비슷하다”는 게 윤태완 더시크릿 양평점 지점장의 설명이다.

테마형 펜션도 관심을 끌고 있다. 키즈펜션과 애견펜션이 대표적이다. 영·유아가 있는 가족들을 타깃으로 한 만큼 어린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갖췄다는 게 키즈펜션의 특징이다. 경기 포천의 호수창이예쁜가펜션, 경기 가평의 미쉘펜션, 강원 평창의 숲속의요정펜션 등의 키즈펜션들은 수영장과 스파 등 펜션의 최신 트렌드를 따르면서 객실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놀이기구들을 함께 준비해놓았다. 서울 근교의 이런 키즈펜션들엔 엄마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낮 시간만 이용하고 돌아가는 ‘소풍 손님’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애견 펜션은 반려견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큰 추세와 맞물려 나왔다. 경기 포천의 바우와우펜션, 충남 태안의 골드독펜션 등 애견펜션들은 대개 반려견과의 휴식을 위한 애견 전용운동장, 전용 수영장 등이 있다. 요즘엔 경주와 전주를 중심으로 선보인 한옥펜션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몸과 마음이 행복한 펜션부자들’의 저자인 구선영 씨는 “펜션은 테마가 어우러진 숙박으로 규모와 형태를 떠나 문화 비즈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실 2, 3개의 작은 펜션에도 건축과 테마가 깃들어 있다”면서 “펜션이 확대되면서 개성 넘치는 펜션들을 찾아다니는 마니아층도 두텁게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펜션, 꼼꼼하게 체크하라

4월 현재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펜션 수가 경기 가평에만 700곳이 넘는다. 그만큼 펜션은 많고 선택은 어렵다. 펜션 찾는 팁을 묻자 구선영 씨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주변 경관을 자신 있게 공개하는 펜션을 고르세요. 또 건축 디자인이 탁월한 펜션을 고르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주인장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펜션이면 더 좋고요.”

그는 “블로그 후기의 90%는 광고라고 보면 된다. 넘쳐나는 광고 속에 옥석을 가려야 하는 것은 예약자의 몫”이라면서 “주변 배경과 펜션 건물 전체가 담긴 사진을 동시에 보여주는 곳을 고르는 게 좋고,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을 통해 주변 환경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또 펜션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집’이기 때문에 “건축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한 펜션에서의 하룻밤은 설사 주변 경관이 양호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펜션이 호텔이나 모텔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펜션 주인과 손님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화된 곳도 있지만 펜션은 대개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만큼 주인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따라 펜션 공간과 추구하는 서비스가 달라지고 고객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선영 씨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말과 운영 규칙 등을 찾아보고 직접 통화를 해서 응대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용환 대표는 바비큐 이용의 팁을 주었다. “바비큐를 이용할 때는 펜션의 바비큐 방식을 사전에 전화로 확인해두는 게 도움이 된다. 바비큐 방식에 따라 고기의 종류나 두께가 모두 달라진다. 또 고기만 구워먹지 말고 단호박이나 고구마, 버섯, 제철에 구워먹기 좋은 조개류, 생선류 등을 함께 챙기는 게 좋다. 다채로운 재료는 풍성한 식탁과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준다.” 전 대표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해서 무작정 가격을 깎거나 막무가내로 서비스를 요구하기보다는 양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펜션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펜션을 ‘남의 집을 잠시 빌려 쓰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주인의 친절과 서비스는 덤으로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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