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피플] 故 최은희 씨 빈소…영화인·후배 배우들 발걸음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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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전날 92세로 세상을 떠난 배우 최은희 씨의 빈소에는 원로 영화인과 후배 연기자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핑크빛 장미로 곱게 둘러싸인 최 씨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며 추모했다.

최근까지도 최 씨의 자택을 찾았던 오랜 벗인 배우 신영균 씨(90)는 “배우는 화려한 직업인데 나이가 들면서 병들고 쇠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힘들었다”며 “하늘나라에서도 신필름을 만들어 잘 운영하셔서 나중에 신필름에 있었던 이들끼리 모였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평소 자녀들에게 “원로와 현역 영화인들이 소통하며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혀왔다는 고인의 빈소에는 모처럼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각계각층 영화인이 모여 북적였다. 별세 소식을 접하고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빈소를 지킨 ‘신필름 사단’의 막내 배우 한지일 씨(71)는 “최은희 선배님 세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천만 관객의 한국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유명해져도 항상 고개를 숙이라고 가르치시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울먹였다. 1960, 70년대에 활동하며 고인과 함께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윤일봉 씨(84)도 오랜 시간 빈소를 지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애통해했다.

1970년에 안양영화예술학교 교장으로 부임할 정도로 후학 양성에 힘써왔던 최 씨의 빈소에는 후배 배우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배우 정혜선 씨(76)는 “후배들에게 늘 따뜻하고, 한마디로 천사같은 분이셨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실제 고인은 2007년 펴낸 자서전 ‘고백’의 발간 계기 중 하나로 “내 기록을 통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조언하는 등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나타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휠체어에 의존하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영화계 후배와 옛 지인들을 꾸준히 만나왔다고 한다.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북한에서 탈출한 뒤 이들 부부와 오래 교류하며 ‘최은희 신상옥 납북수기, 김정일 왕국’을 쓴 김일수 전 동아일보 기자는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꼭 만났는데 매번 소녀처럼 반가워하며 다정하게 근황을 묻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며 “나이가 들어도 항상 곱게 차려입고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빈소에는 영화인들 외에도 고인과 생전에 다양한 인연을 간직한 이들의 흔적이 가득했다. 고인의 아들인 신정균 영화감독은 “평양에서 활동 중인 어느 배우의 따님이란 분이 조문을 오기도 했다”며 “탈북 전 북한에서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뉴스로 소식을 접한 뒤 애도하고 싶은 마음에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최은희 소화 데레사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영원한 안식을 빈다.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고인은 영화 속 변화무쌍한 역할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신 분으로 기억한다”는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인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사후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빈소에는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과 이해용 한국영화인원로회 이사장, 김영효 영화감독 등 원로 영화인은 물론, 이병헌 박중훈 전도연 등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후배 배우들도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영화인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
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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