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댓글 조작 ‘드루킹’ 인사추천 받아 靑 전달한 대통령 최측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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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 씨(온라인 닉네임 ‘드루킹’)의 주오사카 총영사 인사 추천을 받고 해당 내용을 대통령인사수석실로 전달했다고 어제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김 씨를 두세 차례 만났고, 대선 전 김 씨가 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김 씨도 그중 한 명이었지만 이후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씨가 협박과 보복을 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 의원이 일개 ‘온라인 카페 활동가’의 고위직 인사 추천을 직접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엔 늘 ‘지지’와 ‘협조’를 대가로 정권에 선을 대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김 씨가 수많은 정치브로커 중 한 명 정도의 인연과 역할에 그쳤다면 주오사카 총영사라는 큰 자리를 대가로 요구하고 여권의 핵심인 김 의원에게 협박 및 보복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느릅나무출판사는 사실상 ‘유령 출판사’였다. 출판된 책이 한 권도 없다. 경찰이 압수한 댓글·문자폭탄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만 170여 대다. 3층 규모의 사무실 임대료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배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씨는 김 의원에게 2016년 11월부터 경찰에 긴급체포되기 전날인 지난달 20일까지 자신의 활동 내용을 텔레그램 메시지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에도 선관위는 검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 씨를 무혐의 처리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때 김 씨가 어느 정도 수준의 활동을 했는지 규명해야 할 이유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댓글·문자폭탄까지 ‘양념’ 등으로 부르며 사실상 방치했다. 하지만 이번 조작 사건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경찰은 지난달 21일 김 씨를 체포한 뒤 이달 13일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드러나기까지 그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김 의원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소환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검찰은 오늘 김 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한다. 18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경찰이 송치한 ‘평창올림픽 댓글 조작 혐의’를 먼저 기소하는 것이지만 검찰과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배후 의혹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 ‘산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 수사로 비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민의 요구는 특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드루킹#오사카 총영사#느릅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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