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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풍’ 레드벨벳, 평양을 들썩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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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풍’ 레드벨벳, 평양을 들썩이게 했다

임희윤 기자 , 평양=공동취재단입력 2018-04-03 03:00수정 2018-04-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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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예술단 1차공연 분위기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 무대에서 공연한 그룹 레드벨벳. 왼쪽부터 웬디, 아이린, 예리, 슬기. 격렬한 노래인 ‘빨간 맛’을 부른 뒤 아이린이 “평양 무대에 올라서 반갑다”는 멘트를 하기 전 숨 가빠 하자 객석에서는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슬기는 “북한 관객들이 다들 미소지어 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공연 화면 캡처
“‘빨간 맛’은 신나한다는 느낌이 났는데, ‘Bad Boy’는 많이 접해 보지 않은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좀 더 집중해서 들으려 하셨던 것 같아요.”(레드벨벳 멤버 예리)

1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후 기자단과 만난 그룹 ‘레드벨벳’ 멤버들은 들떠 있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레드벨벳이었다. 15년 만에 평양에 간 남한 댄스 그룹이기 때문이다. 1999년 핑클과 젝스키스, 2003년 신화와 베이비복스가 방북했지만 신화 멤버들은 당시 객석 분위기가 매우 경직돼 있었다고 기억한다.

2003년 이후 15년의 간극. 그 사이에 ‘케이팝’이란 세계적 장르가 생겼다. 2011년 SM 가수들의 프랑스 콘서트,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 최근 방탄소년단의 선전…. 이번 무대는 평양시민이 단순히 남조선 댄스 가요가 아닌 ‘케이팝’을 처음 육안으로 볼 기회였다.

레드벨벳은 기대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멤버 웬디는 “호응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노래를 보여 드리려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 생각했는데 뜻밖에 호응이 좋았다”고 했다. 슬기는 “저희에 앞서 YB(윤도현밴드) 선배님들 무대에서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긴장이 풀렸다”고 했다.

2일 오후 평양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있는 레드벨벳 멤버들. 사진공동취재단
더욱이 레드벨벳은 케이팝 가운데서도 첨단이다. 2014년 데뷔한 이 5인조 여성 그룹은 유럽과 한국 음악가들이 함께 만든 세련된 노래와 독특한 시각 콘셉트로 이름났다. ‘f(x)’의 뒤를 이어 ‘4차원 그룹’이라고 불릴 정도다. 대표곡 ‘빨간 맛’은 2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팝 노래’ 부문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대중성을 앞세운 트와이스보다 레드벨벳은 더 마니아 취향에 가깝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연 뒤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 것도 레드벨벳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북한 전역에 1000개 넘게 분포한 장마당, 즉 비공식 시장을 통해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담긴 CD, DVD가 유통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북측이 레드벨벳을 불러들인 것은 문화적 융통성과 개방성을 과시하려는 영민한 선택”이라고 평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북측 선수도 훈련 도중 레드벨벳의 히트 곡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흥얼거려 화제가 됐다. ‘빨간 맛’은 스웨덴 음악가들이 작곡·편곡한 노래다. 최근 스웨덴이 북한의 대외 창구 역할을 한 점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우연이다. 멤버 중 조이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이번 공연에 참가하지 못했다.

한편 남측 예술단 가수들은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정부지원단 관계자에 따르면 조용필은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 준비로 후두염에 걸려 고열과 통증에 시달렸고 이선희는 대상포진 후유증이 있었다. 서현은 몸살감기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았다. 윤도현은 “공연 막판에 눈물 흘리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받은 감동이 준비 과정의 스트레스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우리 예술단은 2일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가수 최진희는 취재진에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를 전날 공연에서 부르게 된 비화도 소개했다. 최 씨는 “준비단 측에서 요구하는데 그 노래가 뭔지도 모르고 왜 내 노래도 아닌 걸 불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김정은) 위원장께서 악수하면서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부탁한 이유를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 노래는 김정일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예술단은 3일 오후 4시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함께 합동공연을 펼친 뒤 돌아올 예정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평양=공동취재단


#레드벨벳#평양 공연#봄이 온다#뒤늦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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