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퍼터도 피팅… ‘클럽 궁합’ 잘 맞추면 전투력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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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출신 ‘골프채 명의’ 연병모 원장

“샷은 셋업이, 골프채는 샤프트가 좌우한다”고 강조하는 연병모 원장이 드라이버 샤프트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골프채는 4종류(좋은 채, 나쁜 채, 비싼 채, 싼 채)인데, 궁합만 맞으면 싼 채도 얼마든지 좋은 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샷은 셋업이, 골프채는 샤프트가 좌우한다”고 강조하는 연병모 원장이 드라이버 샤프트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골프채는 4종류(좋은 채, 나쁜 채, 비싼 채, 싼 채)인데, 궁합만 맞으면 싼 채도 얼마든지 좋은 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봄이다. 골프광들의 마음에는 이미 꽃이 활짝 피었다. 시즌 첫 라운드의 설렘은 전날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그런데 골프클럽(골프채)도 ‘건강진단’이 필요하다. 값비싼 유명 브랜드 골프채라도 그 스펙이 골퍼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꾸준히 레슨을 받거나 연습장에 갈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주말골퍼라도 골프채 피팅(fitting)으로 방향성과 구질, 비거리 향상의 효험을 볼 수 있다. 골퍼와 골프채의 궁합을 맞추는 게 피팅이다.

필드의 고수들은 퍼터도 피팅한다. 퍼팅은 투어 프로 기준으로 총 타수의 43% 이상. 주말골퍼는 그 비중이 더 높다. 하지만 퍼터를 피팅해서 쓰는 주말골퍼는 드물다. 골프에 소질이 없다고 자책만 할 일이 아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의 성능과 특성을 진단 받고 치료 받아 ‘전투력’을 높여보자. ‘연병모 골프채병원’의 연병모 원장(45)에게 골프채 피팅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골프채 성능은 샤프트가 좌우한다고 하던데….

“샤프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숫자로 표현한다면 80%다. 샤프트는 골프채의 엔진이다. 엔진이 좋으면 차가 잘 나가겠지. 일단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비거리뿐만 아니라 구질도 변화시킬 수 있다. 평상시 스윙으로 의도적인 페이드, 드로 구질을 낼 수 있다. 슬라이스, 훅이 심하면 방향을 잡아주는 보정 효과도 있다. 자동차 가격이 천차만별이듯 샤프트도 그렇다. 드라이버 샤프트를 기준으로 15만 원부터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것도 있다.”

―요즘 피팅 트렌드는….

“2010년을 기점으로 유명 메이커 제품 중 성능이 좋은 헤드에 샤프트 전문회사가 만든 좋은 ‘엔진(샤프트)’을 꽂아 쓰는 게 대세다. 과거에 대형 제조사는 비거리와 방향성에만 치중했지만 요즘은 타감과 소리도 피팅 전용 제품을 만드는 소규모 전문회사의 품질을 추월했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앞선 데다 좋은 소재까지 사용하기에 그렇다. 남들과 다른 개인 맞춤 채를 애용하며 자신만의 멋을 추구하는 ‘피팅 마니아’는 줄어들고 있다.”

―피팅 비용은 얼마인가.

“순수 공임만 따지면 아이언 헤드 라이 또는 로프트 조정은 개당 5000원, 고객이 직구해온 샤프트 교환 작업은 개당 2만 원을 받고 있다. 물론 직구 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 불가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료나 부품이 사용되지 않은 작업은 공짜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가면 진단, 검사, 수술비를 모두 내면서 피팅 숍에서는 진단, 검사비 안 내고 수술비(공임)는 깎아달라고 한다. 일본의 피팅 숍은 한 달에 풀세트 3개와 드라이버 몇 자루만 피팅해도 먹고산다. 전문 피터(fitter)가 2000명쯤 되는데 업계에 소문난 명장(名匠)의 공임은 한 자루에 15만∼20만 원 정도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하다. 오늘 아이언 풀세트를 맡기고 다음 날 오전에 픽업해 가겠단다. 일본은 아이언 풀세트 피팅에 적어도 일주일은 걸린다.”

중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였던 연병모 원장의 꿈은 투어 프로였다. 용인대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처음 접한 골프에 빠졌다. 1996년부터 대학연맹선수로 뛰었고 1998년 대학 졸업과 함께 티칭프로 자격증을 땄다. 2부와 3부 투어에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운전 중이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온 대형 덤프트럭 밑에 깔리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로 인해 프로골퍼의 꿈을 접고 찾은 제2의 인생이 바로 골프채 피팅이다.

연습장 레슨프로로 활동하면서 일본 피팅 장인(匠人)의 한국인 제자 밑에서 4년간 피팅을 배운 그는 200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골프채병원을 열었다. 그의 피팅은 숫자와 데이터에 치중한 미국식이 아닌 감(感)을 중요시하는 일본식이다. 2009년 당시 국내 최초로 피팅 관련 인터넷 카페(cafe.naver.com/ybm2185)를 열어 다양한 계층의 골퍼들과 소통하고 있다.

―만약 고객이 풀세트를 들고 와 상담을 요청한다면….

“1시 반∼2시간이 소요된다. 우선 모든 클럽의 스펙(샤프트 길이, 토크, 킥 포인트, 스윙 웨이트 등)을 상세히 체크한다. 그리고 시타석에서 실제로 공 치는 모습을 관찰한다. 내가 선수 출신이고 레슨프로를 꽤 오래 했기에 스윙 유형을 바로 간파할 수 있다. 구질까지도. 그 다음부터 본격적인 상담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다른 채는 다 형편없는데 페어웨이 우드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는 고객이 있다. 그러면 그 채는 피팅 대상에서 제외한다. 피팅의 핵심은 골퍼가 자신의 골프채에 신뢰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설령 그 페어웨이 우드의 스펙이 고객에게 맞지 않더라도 그 채는 손대면 안 된다. 피팅에는 수치로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골프채에는 4종류가 있다고 말했는데….

“좋은 채, 나쁜 채, 비싼 채, 싼 채로 나눌 수 있다. 좋은 채는 골퍼가 친 대로 반응하는 채다. 올바르게 임팩트 하면 거리와 방향, 구질이 의도한 대로, 잘못 치면 어김없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좋은 채다. 나쁜 채는 잘 쳤는데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반대로 미스 샷을 했다고 느꼈는데 원했던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관용성이 좋은 채’라고 말하면 억지다. 퍼포먼스가 들쭉날쭉한 나쁜 채를 갖고는 실력이 향상될 수 없다. 비싼 채와 싼 채는 간단하다. 유명 브랜드냐, 고가의 소재를 사용했느냐 여부로 갈린다. 그런데 싼 채도 얼마든지 좋은 채가 될 수 있다.”

―구력이 어느 정도는 돼야 피팅의 효험을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피팅은 잘 치는 골퍼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다. 초보자 때부터 자신의 키와 파워에 적합한 채를 사용해야 실력이 는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가장 많이 치는 연령층은 40∼50세인데, 평균 키는 170cm대 초반이다. 메이저 골프채 메이커들은 샤프트 길이(7번 아이언 기준 36.75인치)를 거기에 맞춰 출시하고 있다. 단골 고객 중에 키가 190cm를 넘는 분이 6명 있는데, 그분들이 그런 일반적인 제품을 잡고 어드레스하려면 상체를 많이 숙이거나 심하게 무릎을 굽혀야 한다. 정상적으로 잡으면 아이언의 토 또는 힐이 들려 솔이 지면에 수평으로 놓이지 않는다. ‘골프는 셋업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찌그러진 어드레스에서는 정상적인 스윙이 나올 수 없다.”

―키는 똑같아도 상체와 하체 비율, 파워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은가.

“키가 같은 사람들의 평균치보다 하체 또는 팔이 길거나 짧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피팅은 진짜 필요하다. 피팅의 기준은 샤프트 길이다. 체형에 맞는 견고한 셋업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샤프트 길이가 정해지고 거기에 맞춰 라이 각이 맞는 헤드를 끼우거나 조정하는 것이다. 단조 아이언 헤드는 라이 각을 펴거나 굽혀서 조정할 수 있다. 한편 왕초보라도 운동선수 출신 등 근력이 좋은 사람은 가볍고 연한 채를 사용해선 안 된다. 그들은 스윙이 서툴 뿐이지 힘은 엄청나다. 그들에게는 마치 쇠막대기 같은 강한 샤프트를 장착해줘서 그걸로 연습하게 해야 한다.”

―비거리 증가는 모든 골퍼의 로망이다. 피팅으로 비거리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는가.

“골프선수들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꾸준한 웨이트 운동으로 근력이 좋아졌거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스윙 메커니즘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김해림 프로는 전자의 경우이고, 박성현 프로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모든 골프채는 정타로 때리면 공이 평소보다 멀리 날아간다. 주말골퍼도 피팅으로 자신에게 맞는 골프채를 사용한다면 정타 확률이 높아지고 비거리는 자연히 늘어난다. 하지만 피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피팅은 좋은 스윙을 갖게 도와주는 일부분일 뿐이다. 좋은 채를 장만했어도 올바르게 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피팅 철학이 있다면….

“결국은 모든 게 사람 관리다. 음식점도 맛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고유의 색깔이 있어야 하듯. 2008년 가게를 열고 어떻게 돈을 벌까보다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장사할까를 고민했고 정직을 내 색깔로 정했다. 기술 가지고 밥 먹고사는 사람은 그 기술에 거짓을 넣어서는 안 된다. 오래가지 못한다. 작업이 끝난 골프채의 페룰(ferrule·샤프트와 헤드의 연결 부분 부품)에 영문 이니셜 ‘yeon’을 새기는 것은 책임감의 표현이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골프#골프클럽#골프채 성능#골프채 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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