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기고 피하고… 법 위의 건설노조위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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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마포대교 막고 시위 주도
“올해 말 임기 마치고 처벌 받겠다”… 영장심사 30분 앞두고 입장문
구속영장 발부되자 일주일째 잠적
경찰, 장옥기 위원장 등 2명 출금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와 마포구를 연결하는 마포대교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국회 앞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소속 조합원 수천 명이 마포대교로 진출해 왕복 10차로 도로를 막아버린 것이다. 퇴근길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불편을 겪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집회 및 시위에 유연하게 대처해 온 경찰은 ‘무기력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악화되는 여론 속에서 경찰은 3개월가량 수사를 벌였다. 그리고 이달 7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56·사진)과 전병선 전 조직쟁의실장(43)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은 13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 구속영장은 19일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일주일째 잠적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신병 확보를 위해 건설노조 사무실과 주거지, 연고지 등에 수사관을 보냈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휴대전화 연락도 되지 않는다. 위치 추적을 시도해도 휴대전화 2대를 돌려가며 전원을 꺼놓았다가 필요할 때만 켜는 행위를 반복하는 탓에 경찰 추적망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일단 15일 두 사람의 출국을 금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나 종교시설로 대피할 것을 우려해 정보라인을 가동해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종교시설로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탐문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두 사람이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장 위원장 등은 불법 시위 주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13일 오전 10시 반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30분가량 앞두고 장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에 대한 벌을 받겠다. 다만 올해 말까지 남은 임기를 마친 뒤다”라고 밝혔다.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현재 장 위원장의 소재는 우리도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벌은 달게 받겠지만 조합원들에게 공약했던 것들을 지키고 나서 출석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위원장이 도피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건설노조 내부에서도 일부 부정적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비판적이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법 집행을 거부하는 장 위원장 등을 비난하고 있다. 최규원 씨(32·경기 성남시)는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고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가 충분한 상황에서 불법 시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법을 어겼으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는 게 나중에 다시 목소리를 낼 때 공감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노총 집행부가 구속영장 집행을 앞두고 자취를 감춘 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1월 16일 한상균 전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도피했다. 한 전 위원장은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같은 달 1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같은 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현장에 나와 연설까지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조계사 은신 24일 만에야 경찰에 체포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집회를 열고 공권력을 피해 도주하는 것이 반복되는 건 자신의 권리 외에 타인의 권리는 무시돼도 좋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공권력 집행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자현 기자
#건설노조#시위#파업#구속영장#장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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