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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희정 “내가 이렇게까지… ” 친구에 토로, 부인-아들과 열흘 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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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희정 “내가 이렇게까지… ” 친구에 토로, 부인-아들과 열흘 칩거

이지운 기자 , 사공성근 기자 , 정현우 기자입력 2018-03-20 03:00수정 2018-03-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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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두번째 檢출석]안희정, 은신처에서 어떻게 지냈나
은신처 나와 檢으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위 사진 점선 안)가 13일 수도권에 있는 은신처 근처를 걷고 있다. 뒤편에 보이는 조립식 컨테이너 건물이 안 전 지사가 머물고 있는 숙소다. 1차 검찰 조사 후 열흘 만인 19일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한 안 전 지사는 취재진에게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말했다(아래 사진). 이지운 easy@donga.com / 양회성 기자

19일 오전 7시경 수도권의 한 야산에 있는 컨테이너 숙소의 문을 열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나왔다. 안 전 지사는 9일 첫 검찰 조사를 마치고 이튿날부터 줄곧 이곳에 머물렀다. 안 전 지사의 대학 동창인 A 씨의 집에 딸린 거처다. 이날 안 전 지사는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열흘간 칩거하다 외출에 나섰다.

회색빛 컨테이너의 크기는 20m² 남짓. 방 한 칸과 화장실로 이뤄졌다. 방바닥에는 난방용 전기선이 깔려 있다. 안 전 지사는 이곳에 칩거하는 동안 컨테이너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가끔 이불을 털거나 인근 개울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목격됐다. 안 전 지사는 밤에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괴로워한다고 한다. 그나마도 새벽에 혼자 깨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 줄곧 컨테이너 숙소에 칩거

이날 안 전 지사는 감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머리는 물기가 마르지 않은 채 헝클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서울서부지검까지는 차량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10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나온 모습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어찌 됐든 고소인들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미안하고 아내와 가족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검으로 향하는 K5 승용차에 올라타며 기자에게 “제가 있는 동안 저희 가족이 머물 수 있도록 경계를 지켜주신 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상대로 취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안 전 지사의 부인과 아들 역시 줄곧 이곳에 와 있었다. 가족은 컨테이너 옆에 있는 A 씨 집에 따로 머물렀다. 안 전 지사는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속죄의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컨테이너에서 따로 지내는 안 전 지사는 식사 때 부인과 마주 앉는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안 전 지사가) 소박한 식단으로 하루 한두 끼 정도 먹었다. 매 끼니 밥을 반 공기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안 전 지사가 은신처에서 서울을 오가는 두 아들과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퍽’ 하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아들이나 친구 등 다녀가는 사람을 배웅할 때 꽤 오랫동안 지켜보고 서있는데 그 순간에도 회한이 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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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고소 후 변호인 발길 분주

검찰 1차 조사 후 은신처로 왔던 10일 안 전 지사는 말을 거의 못 하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였다. 11일 기자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A 씨는 취재진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며 극도로 경계했다. 안 전 지사는 13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 소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침통해했다고 한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에 이어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의 추가 고소가 이뤄진 14일에는 신형철 전 충남도 비서실장이 안 전 지사를 찾았다. 안 전 지사는 다음 날인 15일부터 감정 기복이 줄어드는 등 심리적으로 담담한 상태가 됐다고 한다.

2차 고소 후 검찰 소환이 임박해 오자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17, 18일 연이어 은신처를 방문했다. 본격적인 대응 방안을 상의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안 전 지사가 (두 고소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기억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로 생각해서인지 시기와 장소를 잘 떠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비서였던 김 씨와, 자신이 설립한 싱크탱크의 여성 연구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칩거하는 동안 자신에 관한 뉴스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상태에서 뉴스를 보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가 이곳에 머물렀던 열흘 동안 가끔 한두 명씩 친구들이 찾아왔다. 대학시절이나 그 이후에 만난 친구들이 오갔을 뿐 정치인은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을 “친구야”라고 부르는 호칭이 새삼스러웠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평소 사적인 인연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는 A 씨에게 “아이고 내가 이렇게까지 돼 버렸다, 친구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사공성근·정현우 기자
#안희정#은신처#미투#성폭행#검찰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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