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난뒤 매일 행복… 장애 이긴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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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문화원 스피치대회 최우수상, 뇌성마비 딛고 선 18세 마쓰우라 양

마쓰우라 아유미 양이 17일 도쿄 자택에서 “한국을 만난 후 매일 행복하다”며 웃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은 지난달 한국어 스피치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것이다. 책상 위에는 마쓰우라 양이 독파한 한국 관련 서적이 쌓여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마쓰우라 아유미 양이 17일 도쿄 자택에서 “한국을 만난 후 매일 행복하다”며 웃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은 지난달 한국어 스피치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것이다. 책상 위에는 마쓰우라 양이 독파한 한국 관련 서적이 쌓여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한국은 제가 살아가는 원동력입니다.”

17일 일본 도쿄(東京) 스기나미(杉병)구의 자택에서 만난 마쓰우라 아유미(松浦步美·18) 양은 “한국을 알기 전에는 혼자 옷을 입고, 혼자 화장실에 가고, 혼자 목욕을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당연한 일상생활을 연습하느라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그런데 한국을 만난 후 삶이 완전히 바뀌고, 매일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로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는 그는 9년 전 외조부모의 권유로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한국에 푹 빠졌다. 그는 “한복과 머리스타일이 너무 예뻐서 놀랐다. 이후 어머니 언니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팬이 됐다”며 웃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한국을 동경하던 마쓰우라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 언니와 함께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그는 “2012년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안 좋았다.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지하철을 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달려와 휠체어를 들어줬다. 너나없이 도와주려 나서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고 돌이켰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힌 마쓰우라 양은 사극을 보고 조선 왕조에 관심을 갖게 돼 관련 책 수십 권을 독파했다. 2년 전 학교 잡지에 광해군을 주제로 한 글을 썼을 정도다. 애독서로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꼽았다. 한국 관련 모임에 나가며 한국인 친구도 생겼다. 어머니인 지요(智世) 씨는 “딸이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공부하면서 자주 웃게 됐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양은 “지금까지 한국에 5번 갔는데 휠체어 때문에 불편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들 자기 일처럼 도와주셔서 감동의 연속”이라며 “관광지에선 과자 같은 걸 주면서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이들도 많다”고 고마워했다. 지난해엔 광해군 유배지였던 제주도에 다녀왔다.

마쓰우라 양은 지난해 9월 주일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작문 대회에 출전해 일본어 에세이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내가 느낀 한국’이라는 수상작에서 “한국은 사랑이 넘치고, 인정이 있고, 매우 친절한 사람이 많은 나라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나라”라고 썼다.

지난달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스피치 대회에선 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가 연설했다. 그는 한국을 접하고 바뀐 자신의 삶에 대해 설명한 뒤 “장애가 있다고 변명하는 대신 노력해서 꿈을 이루겠다. 놓인 자리에서 나 자신만이 피울 수 있는 꽃을 피우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연설로, 주최 측이 제시한 사진을 보고 스피치를 하는 포토 메시지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마쓰우라 양은 “긴장했는데 많은 분이 오셔서 감동했다고 말해주셨다. 꼭 안아주신 분도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교 2학년인 마쓰우라 양의 꿈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해 통·번역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그는 “언니도 한국을 좋아해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러 서울에 갔다”며 “세 모녀가 모이면 드라마, 영화, 케이팝 등 한국 얘기로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마쓰우라 양은 “한일 관계가 나쁘면 내 일처럼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일본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저처럼 한국의 모든 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마쓰우라 아유미#주일 한국문화원#스피치대회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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