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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戰雲이 걷힌 뒤 드러날 함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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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戰雲이 걷힌 뒤 드러날 함정들

박제균 논설실장 입력 2018-03-19 03:00수정 2018-03-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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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에선 비관론이 현명… 北-美회담, ‘중매’ 출발이 한계
北-美정상회담 결렬돼도 對北제재 효과 입증된 이상… 트럼프, 전쟁보다 제재 택할 것
평화체제·終戰선언 되면 정전체제 NLL 존립근거 사라져
박제균 논설실장
굳이 동서고금의 사례를 들추지 않아도 비관론자가 낙관론자보다 현명하다. 적어도 외교안보에 관한 한. 극적인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 합의로 한반도에 해빙(解氷)의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보다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다시 한번 의심하는 게 현명하고 안전하다. 물론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진 말고.

4월 말의 남북 정상회담이 어그러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남이나 북이나 그럴 이유가 없다. 2007년 정상회담의 주역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계승자들은 당시 합의한 10·4선언에 포함된 장밋빛 남북화해의 청사진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 비핵화라는 대전제가 달려 있다. 미국의 기류는 물론 국내 여론에서도 이젠 비핵화를 우회해서는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문제는 5월의 북-미 정상회담이다. 이번 북-미 회담은 한국의 중매에서 출발했다. 중매쟁이의 말만 믿고 맞선 보러 나갔다가, 더러는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파투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두 정상이,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건 내가 들은 것과 다르잖아’ 하는 순간 결렬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북-미도 사전 접촉을 벌이겠지만 말보다는 행동, 문서보다는 실증(實證)을 중시하는 미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딴나면 한반도는 더 위험한 전쟁 위기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 과연 그럴까.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한반도 긴장 고조→극적인 합의’ 과정에서 우리가 거둔 분명한 소득이 있다. 바로 ‘생션(sanction·제재)이 펑션(function·작동)한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ㅂ’자도 못 꺼내게 하던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낸 것은 미국 주도의 압박이 먹혔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가 북한을 움직일 확실한 지렛대로 작동하는 한 장사꾼 트럼프의 선택은 자명하다.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전쟁보다는 가성비 높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쥐고 흔들려 할 것이다. 5월 회담이 소득 없거나, 혹은 무산되더라도 섣불리 군사 옵션을 꺼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제재의 구멍’으로 불린 중국도 제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제재가 오히려 전쟁을 막는다는 효과가 입증된 이상 협조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가장 큰 피해 당사국 중 하나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한국의 안보이익을 ‘패싱’하는 합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에는 합의하되, 북핵 보유는 사실상 인정하는 경우다. 벌써 미국 조야(朝野)에선 핵탄두를 미국까지 보낼 ICBM만 폐기하면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해도 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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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북의 핵을 이고 살아가야 하는 한국과 일본은 말 그대로 ‘멘붕’에 휩싸일 것이다. 한국보다 미국에 말발이 센 일본도 결사반대할 것이다. 김정은도 막상 다 만들어놓은 ICBM을 폐기하려면 사활적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ICBM으로 미국의 발을 묶어 놓겠다는 국가 생존전략의 근본적인 논리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말기에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만 포기하면 미북(美北) 수교까지 가려 했던 전력(前歷)이 있다. 동맹이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협상이 기적적으로 순항해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달성된다고 치자. 평화체제란 현재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체결해 휴전(休戰) 상태를 평화기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장삼이사(張三李四)도 평화체제를 읊을 정도로 한반도 평화의 종착역처럼 여겨지지만, 함정은 있다. 바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NLL은 6·25전쟁 중 그어진 군사작전상의 해상분계선이다. 정전체제가 존속하는 동안만 유효하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에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는 한 평화체제 아래선 유엔 해양법에 따라 12해리 영해(領海) 원칙이 적용될 것이다. 그 경우 북한 영해에 인접하게 될 서해 5도의 안보는 치명적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굳이 평화협정 체결까지 안 가도, 6·25전쟁의 종전(終戰) 선언만 해도 NLL의 존립 근거는 뿌리째 흔들린다. 2007년 10·4선언에 ‘종전 선언 추진’과 함께 NLL을 무력화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한 묶음으로 들어간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박제균 논설실장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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