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이사제, 민간기업 경영권 뒤흔들 ‘트로이 목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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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KB금융은 외국인투자가의 지분이 69.95%이고 외국인투자가들은 대체로 의결자문사의 권고대로 표결하는 경향이 많아 이번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건은 이달 23일 열릴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11월에도 KB 노조가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해 올렸지만 주총에서 무산된 바 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반대 의견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은행 이사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노동이사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친노동정책 가운데 하나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공공기관부터 도입해 민간기업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재계에서는 KB금융의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추진을 본격적인 노동이사제 확산의 전주곡(前奏曲)으로 보고 있다.

독일 등 유럽의 경우를 보면 근로자의 참여가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노사관계가 원만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인수합병 구조조정처럼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서는 의사결정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아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도 많다. 한국은 KB금융을 포함한 대규모 사업장의 노사갈등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편이다. 여기에 민간기업에까지 노동이사제가 함께 추진되면 기업의 경영권까지 뒤흔들 우려가 크다.
#노동이사제#기업#노조#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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