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힐링… 이젠 젊은 포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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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통기타 선율에 청춘들 열광… 로이킴-정승환 등 가요차트서 강세
강태구 ‘올해의 앨범상’ 이변… 대중음악상에도 포크 부문 생겨
주류-인디 음악계서 모두 인기

통기타를 내세운 포크와 어쿠스틱 팝이 강세다. 김목인 강아솔이 속한 음반사 ‘일렉트릭뮤즈’의 김민규 대표는 “이미 대중성을 획득한 어쿠스틱 팝의 팬들에게 포크를 어떻게 소개하고 접점을 알릴지가 요즘 고민”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정승환 강아솔 정밀아 김목인. 안테나뮤직·일렉트릭뮤즈·정밀아
통기타를 내세운 포크와 어쿠스틱 팝이 강세다. 김목인 강아솔이 속한 음반사 ‘일렉트릭뮤즈’의 김민규 대표는 “이미 대중성을 획득한 어쿠스틱 팝의 팬들에게 포크를 어떻게 소개하고 접점을 알릴지가 요즘 고민”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정승환 강아솔 정밀아 김목인. 안테나뮤직·일렉트릭뮤즈·정밀아
포크 음악은 살아있다. 그 잔잔한 물결이 최근 더 넘실거린다.

고즈넉한 기타와 피아노를 앞세운 음악은 최근 주류 가요시장과 인디 음악계를 통틀어 인기를 끈다. 김민기 양희은 쎄시봉 조동진 김광석에서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니었다. 주목할 음반이 많아졌고 젊은이들도 이런 분위기에 열광하고 있다.

○ 포크 영향 받은 어쿠스틱 팝의 득세

최근 가요 차트 20위권에는 아이돌 가요 틈새로 로이킴 장덕철 정승환 멜로망스 문문 길구봉구 등이 포진했다. 모두 정통 포크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포크의 영향을 받은 어쿠스틱 팝, 팝 발라드 장르다. 아이유는 지난해 양희은을 재해석하고 앨범에 기타리스트 이병우를 참여시키며 포크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상업적 결과로도 이어졌다. 특히 무반주 가창으로 시작하는 극히 미니멀한 편곡의 ‘가을아침’이 아이돌 가요를 누르고 장기간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최근 차트 최상위권을 점한 가수 정승환(22)의 데뷔앨범 ‘그리고 봄’은 곳곳에 포크를 탑재했다. ‘케이팝 스타’ 출신으로 기교와 절창으로 이름난 가수이지만 첫 곡 ‘다시, 봄’과 ‘눈사람’ 등은 담백한 통기타 분산화음과 속삭이는 듯한 가창을 앞세웠다. 소속사 안테나뮤직 관계자는 “정 씨는 통기타로 작곡을 하며, 인디 포크 싱어송라이터인 김목인 이영훈 강태구 등을 매우 좋아한다. 포크 음악에 대한 동경이 대단히 깊다”고 귀띔했다.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 역시 통기타 분산화음이 노래를 연다. 이후 현악과 리듬이 가세해 팝 발라드로 이행하지만 초기에 가수의 목소리를 바짝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로 포크가 제 역할을 한다. 요즘 인기 있는 장덕철, 멜로망스, 길구봉구 등도 비슷한 공식을 따른다. 인디에서 출발해 음원 강자로 떠오른 문문(본명 김영신·30) 역시 포크 기반 어쿠스틱 팝이다.
로이킴. CJ E&M 제공
로이킴. CJ E&M 제공

○ 포크의 원류에 실험 더하는 인디 음악계

최근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 포크 가수 강태구가 아이유, 혁오 등을 제치고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것은 이변이었다. 2004년 출범한 한국대중음악상은 2015년부터 장르별 시상 부문에 포크를 추가했다. 최근 강아솔, 김목인, 정밀아, 최고은 등 발군의 포크 가수들이 앞다퉈 나오며 여느 부문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녹음 기술 발전으로 통기타 한 대로도 아마추어 음악가가 일정 수준 이상의 홈 리코딩과 발표를 할 수 있는 포크의 장점 역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포크와 어쿠스틱 팝은 요즘 국내 여행, 힐링,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트렌드를 타고 TV 예능 프로그램,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도 확산됐다.

음유시인, 저항가수로 대변되던 옛 포크와 지금의 포크, 이른바 ‘뉴 포크’는 어떻게 다를까.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는 “1970, 80년대 포크가 대학가의 낭만과 정서에 주로 기댔다면, 이 시대의 포크는 사회적 이야기를 담더라도 제주 등의 특정 지역, 환경과 생태 운동을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 2집 ‘은하수’로 호평 받은 포크 가수 정밀아는 “포크의 본질적 정신은 이어가되 그 안에서 가능한 (음악적) 실험을 행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했다. 정밀아는 전자음악과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김목인은 근작 ‘콜라보 씨의 일일’을 소설 같은 서사성을 지닌 ‘콘셉트 앨범’으로 꾸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포크#통기타#어쿠스틱 팝#로이킴#정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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