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윤서영]학폭위는 본래 운영취지 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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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변호사
윤서영 변호사
학교 폭력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찾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가해 학생의 폭력이 인정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대학입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도 물러설 수 없다. 제3자는 가벼운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문제를 가져올 정도면 ‘마지막’이라고 판단할 때가 많다.

한 어머니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학폭위에서 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아들이 휴식 시간에 친구와 장난을 치다 실수로 친구의 치아를 부러뜨렸는데, 이 일로 학폭위의 징계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아들의 실수로 치아가 부러졌지만 장난 중 발생했기에 학교 폭력은 절대로 아니라고 하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학교 폭력으로 접수되면 학교는 자체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축소 또는 은폐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학교는 학폭위에 사안을 맡길 때가 많다. 학폭위에 사안이 상정되면 ‘조치 없음’으로 종결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가해 학생은 학폭위가 열리기 전에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합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식의 문제이다 보니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또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에게 전학이나 퇴학 처분이 내려졌을 때만 학폭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을 청구하면 교육청에 설치된 위원회에서 사안을 심사하고 결정을 내린다.

아들의 실수로 친구의 치아를 부러뜨려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게 돼 변호사를 찾은 학부모는 전학 처분이 아니라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법정 소송을 제기해 조치의 위법성을 다툴 수밖에 없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에게 징계를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실제 징계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는 말이 요즘 학교 폭력을 둘러싼 법률 분쟁에 딱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자녀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학폭위에서 억울함을 모두 풀도록 하겠다’는 태도는 더 큰 법률 분쟁만을 불러올 수 있다. 학폭위의 목적은 피해 학생의 회복과 재발 방지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녀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대화로 해결하지 않고 귀를 닫으면 학폭위에서 어떠한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이런 목적은 관철되기 어렵다. 내 자녀만을 생각해 내 의견만 관철하기보다는 상대 부모와 함께 자녀들이 어떻게 학교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 진정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윤서영 변호사
#학폭위#변호사#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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