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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15조 쏟아붓고도 부실… 정부, 좀비기업 정리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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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15조 쏟아붓고도 부실… 정부, 좀비기업 정리 나서

이건혁 기자 , 강유현 기자 , 강성명 기자 입력 2018-03-09 03:00수정 2018-03-09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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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성동조선 법정관리… STX엔 자구안 요구 8일 법정관리가 결정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가 있는 경남 통영시 광도면 공단로는 적막감이 들 정도였다. 회사 인근 편의점 주인 A 씨는 “지난해 초만 해도 하루 100만 원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20만 원도 못 번다. 혹시나 회사가 살아날까 기대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동조선 정문 근처에는 ‘성동조선, 무조건 살려야 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바람에 흔들렸다. 회사 측은 “할 말이 없다”며 함구했다. 이 회사 노조 관계자는 “법정관리도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지만 막상 결정이 내려지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당장 퇴출 위기를 넘겼지만 혹독한 인력 감축을 요구받은 STX조선해양의 분위기는 격앙돼 있었다. STX조선 관계자는 “이미 희망퇴직 등 비용 절감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직원들이 추가 인력 감축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 8년 허송한 조선업 구조조정

2010년 4월 자율협약부터 8년에 걸친 성동조선 회생 계획은 결국 법정관리로 마무리됐다. 중대형 선박을 주로 생산하는 성동조선은 2003년 설립 당시만 해도 견실한 중형 조선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실이 누적되면서 채권단으로부터 신규 자금과 출자전환 등 총 4조2000억 원의 금융 지원으로 연명해 왔다.

여기에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글로벌 선박 시장 불황으로 성동조선은 2015년까지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2016년에야 392억 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사이 수주는 급감했고 현금은 100억 원만 남았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의 유동성 상황을 보면 법정관리로 가서 채무를 동결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STX조선도 당장 법정관리를 피했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STX조선이 건조 경험이 있는 LNG선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STX조선은 2016년 법정관리를 거쳐 지난해 조기 졸업했지만 다음 달 9일까지 추가 자구계획안을 내놓지 않으면 산은이 선박 수주 관련 보증을 중단해 2번째 법정관리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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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논리 배제한 첫 구조조정

수년간 이어진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첫 기업 구조조정 방침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말 1차 컨설팅 결과가 나온 뒤 두 회사의 처리 방안을 곧장 결정하는 대신 시장 중심 및 지역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을 느슨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든 것은 좀비기업 정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통 분담이 없으면 모두가 어렵다”며 해당 기업의 고강도 자구책을 강조했다.

경제계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지난 8년 동안 조선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지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는커녕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채권단은 2010년 이후 STX조선에 11조3000억 원, 성동조선에 4조2000억 원 등 두 회사에 15조 원 넘게 지원했지만 상당 부분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대한 1차 컨설팅에서 청산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아들고도 다시 2차 컨설팅에 3개월을 흘려보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명확한 구조조정 원칙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정부나 채권단이 시간을 끌수록 부실 회사들을 연명시키려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실직자 전직 지원 등 후폭풍 최소화

구조조정은 원칙대로 추진하되 실업 등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남 통영과 전북 군산 지역 협력업체들을 위해 1300억 원 규모의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보증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보증한도를 3억 원으로 확대해 협력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한 산은, 수은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받은 기존 대출은 만기를 1년 연장하고 원금 상환도 유예할 예정이다.

지역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500억 원 규모의 특별안정지원자금도 배정한다. 소상공인은 최대 7000만 원을 올 1분기(1∼3월) 최저금리인 2.54%를 적용받아 5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정부는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전직 및 재취업을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과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문제를 일단락지은 정부는 앞으로 조선산업 전반을 개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는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19.7% 증가하며 2020년에도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당국자는 “조선업 업황이 회복되는 국면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만들어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 통영=강성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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