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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백인 토지 무상 몰수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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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백인 토지 무상 몰수 파열음

박민우 특파원 입력 2018-03-09 03:00수정 2018-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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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포사 대통령-여당, 개헌안 통과
인구 8% 백인이 농지 73% 소유… 흑인에 재분배 등 급진개혁 추진
백인 “사유재산 침해-경제재앙”
“우리 땅을 훔친 범죄자들에게 보상은 있을 수 없다.”

토지개혁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국가가 토지 무상몰수를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남아공 백인들은 이 법안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경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흑인들은 백인 정권의 뿌리 깊은 유산을 청산할 기회라며 반기고 있다.

좌파 성향의 경제자유전사당(EFF)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지를 얻어 지난달 27일 통과됐다. 지난달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시릴 라마포사(66)와 ANC는 최근 급진적 토지개혁에 찬성하는 쪽으로 노선을 틀었다. 일각에선 ANC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과 경제 실정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아공 전체 인구의 약 8%(4만5000명)에 불과한 백인들은 2016년 기준으로 전체 농지의 73.3%를 소유하고 있다.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 분리정책) 정권이 종식된 1994년 백인 토지 비율은 85.1%에 달했다. 남아공 흑인(반투족)들은 17세기 이후 네덜란드계 백인 정착민(보어인)과 영국 제국주의에 땅을 빼앗겼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흑인들을 보호구역(반투스탄)으로 쫓아냈고 백인들은 빼앗은 땅에 대규모 농장을 지어 자본을 축적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백인에서 흑인으로 소유권이 바뀐 토지는 전체의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서와 화합을 강조한 ‘국부(國父)’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무상몰수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배제한 시장 주도적인 토지 재분배 프로그램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당국은 그간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고 국가 주도의 강력한 토지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백인 농장주들은 농장 인프라와 기계, 기타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토지 가치는 실질적인 농장 가치의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0%의 농장 자산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부분의 토지가 은행 대출 담보로 묶여 있어 정부가 해당 부채까지 떠안게 되는 것도 재정적으로 부담이다. 콜린 콜먼 골드만삭스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남아공의 토지 개혁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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