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고 아름다웠던 성직자 가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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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그레이엄 목사 전세계 추모 물결
오바마 “미국인에 희망-안내자 역할”
28일부터 국회의사당 안치 ‘예우’… 일반인 조문 뒤 3월 2일 장례식
김장환 목사, 조사 낭독 예정

21일(현지 시간) 타계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에 대한 추모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장례식은 다음 달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빌리그레이엄 도서관에서 거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살아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 5명이 모두 초청됐다. 그레이엄 목사의 유해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틀간 미 국회의사당에 안치되며 일반인의 조문도 받는다. AP통신은 “대통령과 같은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런 특별예우를 받는 것은 2005년 별세한 미국 흑인 민권운동 영웅 로자 파크스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에 대한 전·현직 미 대통령들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이엄이 ‘하나님의 대사’라는 사실은 그가 남긴 삶의 족적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안내자 역할을 한 겸손한 목회자였다”라고 애도했다.

유족들이 전하는 생전 그레이엄 목사의 말과 행동은 대중적인 카리스마보다는 겸손하려 노력했던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젠가 당신은 빌리 그레이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이전보다 더욱 살아날 것입니다. 방금 ‘이사’를 완료했기 때문입니다.” 손자 윌 그레이엄 목사가 전한 고인의 소신이다. 고인은 “천국에서 가장 가슴 뛸 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그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여행 끝나는 날에 예수는 우리를 만나줄 겁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프랭클린 목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라는 문구가 들어간 갈라디아서 6장 14절을 고인이 가장 좋아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이 성경 구절을 침실과 주방, 욕실 등 집 안 곳곳에 배치했다고 한다.

국내 개신교계도 그의 발자취를 기억하며 추모하는 분위기다.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전도 집회 통역을 계기로 오랜 교분을 쌓아온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는 고인을 누구보다 겸손한 성직자로 기억했다. 한국 정부에서 내어준 캐딜락 차량을 보고 몹시 놀라며 “이 차는 굉장히 크군요. 전도하러 온 나라에서 이렇게 큰 차를 타고 다닐 수는 없지요. 내게 좀 더 작은 차를 줄 수는 없나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가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임에도 언제나 집회 전에는 “마음이 많이 떨린다.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는 김 목사는 생전 고인의 요청에 따라 장례식에서 외국인 목회자들을 대표해 조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여의도 집회 당시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사무총장이었던 교계 원로 홍정길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는 20세기 최고의 복음 전도자였고, 목회자들이면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생애를 살았다”고 말했다. 또 홍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를 계기로 미국 복음주의 시대가 열렸다”며 “그 씨앗이 미국 중남부 여러 주의 바이블벨트를 낳았고,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의 복음주의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교계에서는 그레이엄 목사가 한국 교회의 부흥에 기여한 것은 물론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남북 화해에 기여한 것도 큰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몇 해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묘향산의 김일성주석기념관에서 그레이엄 목사가 선물한 비둘기상을 마주하고 큰 기쁨과 충격을 받았다”며 “교회 부흥이라는 큰 업적에 가려져 덜 조명되고 있지만 고인은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도하고 노력한 인물이다. 아들 프랭클린 목사도 ‘사마리아인의 지갑’이란 단체를 통해 아버지의 뜻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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