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자빠뜨리고 주연 하는게…”, ‘흥부’ 조근현 감독 성희롱 의혹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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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3일 0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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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흥부’ 촬영현장
사진=영화 ‘흥부’ 촬영현장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 준비하는 애들 널리고 널렸고 다 거기서 거기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해서 조연으로 남느냐, (감독을) 자빠뜨리고 주연을 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영화라는 건 평생 기록되는 거야,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이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 지망생에게 이 같은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언론 인터뷰와 무대 인사 등 각종 영화 홍보 일정에서 전면 배제됐다.

조 감독의 성희롱 의혹은 이번 개봉작 ‘흥부’가 아닌 자신이 연출하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배우 지망생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면접에 참여했다는 배우 지망생 A 씨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metoo) 해시태그와 함께 “2017년 12월 18일 조 감독의 작업실에서 뮤직비디오 미팅 중 감독에게 직접 들은 워딩”이라며 조 감독의 성희롱 의혹을 폭로했다.

A 씨에 따르면, 조 감독은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 준비하는 애들 널리고 널렸고 다 거기서 거기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해서 조연으로 남느냐, (감독을) 자빠뜨리고 주연을 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영화라는 건 평생 기록되는 거야,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여배우 K 알지. 걔가 특출나게 예쁜 것도 아닌데 배우를 어떻게했는 줄 아냐. 대학교에서 이 남자 저 남자 자고다니기로 얘가 유명했다. 내가 보기에 K는 여배우로서 여러 성향의 남자를 공략하는 공부를 한 거다. 잘한 일이다”라는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조 감독은 A 씨에게 남자친구 유무 등 사생활 등도 캐물었으며, “오늘말고 다음 번에 또 만나자. 술이 들어가야 사람이 좀 더 솔직해진다. 나는 너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씨는 이후 조 감독으로부터 사과 문자를 받았다며 문자메시지 화면을 캡처해 공개했다.

조 감독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상황이 어찌됐건 그 미팅을 통해 그런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제 영화들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 나름 좋은 가치를 추구했고, 누구에게 폐 끼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셈이 돼 무척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팅 당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독특한 눈빛이나 일반적인 배우 지망생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고, 영화라는 생태계 밖에서 이 쪽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볼 수도 있겠다는 판단(했다). A 씨에게서 느껴지는 그 선량함으로 접근했을 때 충돌할 수 있는 현실들, 그런 얘기를 나도 모르게 길게 하게 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얘기로 들렸을 수 있겠다 싶다. 내 잘못이 정말 큰 걸 느낀다. 다시 한 번 사과한다. 미안하다”며 “끝으로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글을 지워줬으면 한다. 영화란 내 개인의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포함된 거라 나의 작은 실수가 그 영화 전체를 깎아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A 씨를 더 분노케 한 건, 자신 말고도 조 감독에게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었으며 성희롱을 당한 맥락과 워딩도 유사했다는 것. 특히 A 씨의 폭로로 논란이 커지자 조 감독이 이들 피해자에게 ‘복사+붙여넣기’로 사과 문자메시지를 돌렸다는 점이다.

A 씨는 “이 ‘사과 문자’를 피해자분들께 이름과 한두 줄 정도 수정해 ‘복사 붙여넣기’를 해서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추근거렸기에 ‘복사 붙여넣기’를 해서 사과문을 돌리는 걸까? 더럽고 소름이 끼친다”고 분개했다.

A 씨는 그러면서 다른 피해자들이 받았다는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함께 공개했다. A 씨가 받은 문자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논란이 일자 영화 ‘흥부’ 제작사 측은 곧바로 조 감독을 영화 홍보 일정에서 전면배제했다. 배급사 측도 조 감독과 더 이상 일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 ‘흥부’는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혁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왔던 작품이다.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22일까지 누적 관객수 37만8947명을 기록 중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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