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이 빚은 한국인 마음속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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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박수근미술상 이재삼 작가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이재삼 작가의 작품인 2008년 작 ‘달빛(Moonscape·181×682cm)’. 아래 그림은 2013년 작 ‘달빛(Moonscape·454×181cm)’. 이 작가의 작품에서 달빛은 조형의 주요 매개. 작가는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육감을 품고 느껴야만 보이는 감성의 빛”이라고 설명했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이재삼 작가의 작품인 2008년 작 ‘달빛(Moonscape·181×682cm)’. 아래 그림은 2013년 작 ‘달빛(Moonscape·454×181cm)’. 이 작가의 작품에서 달빛은 조형의 주요 매개. 작가는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육감을 품고 느껴야만 보이는 감성의 빛”이라고 설명했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박수근 선생을 감히 평하자면, 인간을 통해 세상을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그린 화가라고 봅니다. 저는 자연과 풍경을 매개로 인간의 심연을 바라보려 애써 왔습니다. 박수근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봄을 맞은 매화 꽃망울이 드디어 터져 오르는 기분이 드네요.”

22일 경기 양평군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이재삼 작가(58)는 살짝 촉촉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캔버스만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온 화가들 치고 힘들고 흔들리지 않았던 이가 누가 있겠느냐”며 “박수근이란 거장의 이름이 새겨진 상을 받는다고 하니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며 ‘그간 잘 버텨 왔다’고 격려해 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강릉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나와 198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다. 1983년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청년미술대상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래 올해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강원 THE STORY’ 전시에 참가하는 등 쉼 없이 달려왔다. 1996년 스페인 한국현대미술작가전을 비롯해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많은 해외 미술계에도 소개돼 왔다.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위원장 윤범모)와 박수근미술관(관장 엄선미)이 주관하는 이 상에는 올해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과 박천남 성남아트센터 전시부장, 조은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 이준희 월간미술 편집장,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가는 목탄이란 재료를 가지고 대나무와 폭포, 매화 등을 주요 소재로 채택해 독자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면서 “한국적 전통이 물씬한 박수근 화백을 기리는 미술상의 정체성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 관장은 또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양식을 구축해 온 작가”라며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그 자연물을 여과해 드러나는 예술적 집약성에 대한 추구가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박 부장은 “한국의 토속적인 미감과 질감을 삼투하며 질박한 감성에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박수근 화백의 생일인 다음 달 15일(음력 1월 28일) 오후 2시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 상패가 주어진다. 2019년 5월 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수상 기념 개인전이 열린다. 박수근미술관에서도 2019년 5월 4일부터 9월 30일까지 이 작가의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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