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은폐, 혼란 키워” 2년6개월 선고에 표정굳은 우병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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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최고 실세’의 추락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오후 1심 선고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오후 1심 선고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후 2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1·구속 기소)의 1심 판결이 선고된 서울법원종합청사 320호 법정.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영훈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의 9가지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과 양형 이유를 조목조목 읽어내려 갔다. 남색 정장과 하늘색 셔츠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우 전 수석은 선고 초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법정에 들어서면서는 방청석을 향해 한 차례 목례로 인사도 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직무유기와 특별감찰관법 위반 등 주요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이 나오자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우 전 수석은 20여 분간 선고를 들으며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

선고 막바지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일말의 책임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관련자 진술을 왜곡해 해석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며 “이 점을 양형에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윽고 2시 22분 이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에게 일어서라고 했다.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다.” 실형이 선고되자 우 전 수석은 얼굴이 다소 상기된 채 앞만 바라봤다. 그러곤 변호인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넨 후 2시 23분경 법정 경위와 함께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지난해 4월 기소된 지 311일 만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 “국정농단 알고도 직무유기, 유죄”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9개 혐의 가운데 4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우 전 수석이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9·구속 기소)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핵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을 둘러싼 의혹이 큰 이슈로 등장한 2016년 7월 이후에는 비위행위가 있다고 파악했거나 적어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정황들을 (우 전 수석이)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내부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관여하거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하는 등 진상 은폐에 가담해 국정농단 사태를 더욱 심화시키는 데 일조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16년 7월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비위를 감찰하려 하자 특감실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우 전 수석이 위협적인 언동과 노골적인 방해로 특감실의 감찰 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또 CJ E&M이 고발 대상 요건에 미달되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를 시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한 혐의와,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 문체부 좌천성 인사조치 등 무죄

우 전 수석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구소 기소)에게 소속 국·과장 6명에 대한 좌천성 인사 조치를 하게 한 혐의 등 4개 공소사실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문체부 내 파벌 문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전보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감사담당관에 대한 인사조치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도 “해당 감사담당관에 대한 비위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전보조치를 요구한 것은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을 했다.

우 전 수석이 2016년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세월호 사고 수사팀장과 통화하며 해경 상황실 녹음파일을 꼭 압수해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한 위증 혐의는 위원회 활동 종료 후에 고발이 이뤄지는 등 적법한 공소제기가 아니란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우 전 수석의 진술 자체는 허위일 가능성이 크지만 법적 절차를 잘못 밟아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다.

선고 직후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이날 1심 선고가 내려진 9가지 혐의 외에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도록 국가정보원에 지시하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운용 상황을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돼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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