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콩쿠르 우승 조성진, “쇼팽 너무 좋지만 쇼팽만 연주하지 않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1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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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콩쿠르 우승 피아니스트 조성진, “쇼팽이 너무 좋지만 쇼팽만 연주하곤 싶진 않다”
20일 뉴욕에서 북미 리사이틀 투어 관련 기자간담회 가져
다음 생에도 피아니스트 되겠나? “매일 출근 안 하는 직업이면 좋겠어요”
여자친구와 결혼은? “여자친구는 없고, 결혼도 정해놓고 하고 싶지 않다. 못할 수도 있다”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사막이나 오지 같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으로의 여행”

“그(쇼팽콩쿠르 우승) 전엔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다른 생각하지 말고 28살까지만 해보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3)도 한때는 불확실한 앞날을 고민하던 평범한 20대였다. 세계적 명성의 지휘자 눈에 들거나 훌륭한 연주 무대에 서는 행운이 그에겐 없었다. 연주할 기회를 얻기 위해선 오로지 실력으로 이름을 알려야 했다. 그는 북미 리사이틀 투어에 앞서 20일(현지시간) 뉴욕 유니버셜뮤직 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전 콩쿠르에 도전하던 불안한 심경을 털어놨다.

콩쿠르 우승 이후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피아니스트가 됐다. 그는 “1년에 약 100번 정도 연주를 했다”며 “앞으로 조금씩 줄여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장 21일 미국 뉴저지 주를 시작으로 3월 초까지 매사추세츠 콜로라도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주와 뉴욕, 캐나다 온타리오 주를 도는 ‘북미 리사이틀 투어’를 나선다. 내년 1월엔 2년 만에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다시 올라 슈베르트, 드뷔시, 무소르그스키 작품을 연주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카네기홀 공연은 쇼팽을 빼고 하는 첫 무대여서 개인적으로 기쁘다”며 “쇼팽을 너무 좋아하지만. 쇼팽만 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타이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계기라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정규앨범 ‘드뷔시’를 내놓은 그는 올해 말 모차르트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오랫동안 연주자로 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휘자를 할 그릇은 못 되고 작곡도 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한국 작곡가 중 진은숙 선생의 작품을 연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분한 음성으로 척척 답변을 하던 그는 다시 태어나도 피아노를 하겠느냐는 질문에서 가장 오래 망설였다. “아, 피아니스트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다른 악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매일 출근 안 하는 직업이면 좋겠어요.”

규칙적인 일을 싫어하는 그도 요즘 하루 서너 시간은 피아노 연습을 하려고 한다. 클래식 교육에 대해선 좋아하는 ‘와인’에 빗대서 설명했다.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면 그게 희한한 거죠. 클래식 음악은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어도 와인처럼 마실수록 취향이 생기고 무엇이 좋은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도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님들의 음반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과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보면 한국처럼 관객이 젊고 열정적인 곳도 없다”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또래들이 좋아하는 힙합이나 랩보다는 영국 록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아한다. 여자친구는 없다. 그는 “결혼은 정해놓고 하고 싶지 않다”며 “못할 수도 있다”고 웃었다.

그가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이다. 그는 “공연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갔다가 사막을 처음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연주 여행이 아닌, 오지와 같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역대 콩쿠르 우승자들을 보면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런 부담 별로 안 느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좋죠. 부담을 느껴야 하나요?”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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