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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복도 지급 못받고… 칼추위에 떠는 평창 미화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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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복도 지급 못받고… 칼추위에 떠는 평창 미화원들

김동혁 기자 , 김정훈 기자 , 권기범 기자 입력 2018-02-21 03:00수정 2018-02-2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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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강원 평창군 올림픽스타디움 주변에서 검은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오른쪽) 한 명이 빗자루를 들고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왼쪽 뒤편으로 조직위원회가 지급한 방한복을 입은 직원들이 서 있다.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환경미화원은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한용품을 받지 못했다. 평창=김정훈 기자 hun@donga.com
20일 오전 강원 평창지역의 수은주는 영하 6도까지 떨어졌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수준의 한파는 아니다. 하지만 악명 높은 대관령 칼바람 탓에 피부로 느껴지는 추위는 매서웠다. 이날도 변함없이 남모 씨(61)는 빗자루를 들었다. 그의 일은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다. 강릉에 사는 남 씨는 올림픽 개막 전인 지난달 2일부터 계약직으로 일하는 환경미화원이다. 경기장 주변에서 휴지와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를 줍는 게 일이다.

이날 올림픽플라자에서 만난 남 씨는 추위 탓에 계속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올림픽 내내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쓰레기 줍는다고 줍는 사람까지 쓰레기 취급한다는 기분이 든다”며 허탈해했다.

남 씨는 이날 카키색 점퍼와 검은색 방한화를 신고 있었다. 집에 있던 자신의 옷과 직접 구입한 신발이다. 점퍼 위로 환경미화원이라는 걸 알리는 검은 조끼를 입었다. 기자를 만난 남 씨는 갑자기 바지와 내복을 함께 걷어 올렸다. 종아리와 발목에 붉은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뚜렷했다. 동상이었다.

남 씨와 함께 이곳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약 50명. 서너 명을 제외하고 모두 60, 70대 고령자다. 대부분 강릉과 평창에 살고 있다. 대회 개막에 앞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가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한 근로자다.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을 받고 하루 8시간씩 2교대로 주 6일 출근한다.

문제는 살을 에는 한파였다. 매서운 바람에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갈 때도 있지만 환경미화원에게는 별다른 방한용품이 제공되지 않았다. 지난달 한반도 전체에 최강 한파가 닥치자 걱정이 된 남 씨는 동료들과 함께 용역업체와 조직위 측에 방한복 지급 등 추위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그때마다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참다못한 남 씨는 올림픽 개회 전후인 1일과 12일 청와대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미화원에게 방한복을 지급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한 반응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실태가 어떤지 물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환경미화원 김모 씨(65)는 “정부가 우리 얘기를 들은 척도 안 한다.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그저 시간만 끌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근로자에게까지 방한용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에 간접고용 근로자에게 지급할 품목 내용은 없다. 현재 대회 운영 예산도 부족한 상황이라 1만여 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인력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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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의무가 없다고 하는 건 용역업체도 마찬가지다. 업체는 환경미화원과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근로계약서에 방한복 지급 관련 내용이 없고 계약 당시 환경미화원들이 이를 문제 삼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조직위가 이들에 대한 방한용품 지급을 요청하거나 협의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미화원 이모 씨(60)는 “출근하자마자 계약서에 인적사항만 쓰고 일하러 갔다. 노인들이 계약서 사본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세세한 내용까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환경미화원들은 조직위에 소속된 직원들이 이른바 롱패딩과 방한바지, 방한화까지 중무장을 하고 다니는 걸 볼 때마다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소위 VIP 인사들이 고가의 방한용품을 선물받았다는 소식도 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됐다. 환경미화원들은 패럴림픽이 끝나는 다음 달 말까지 일한다. 환경미화원 최모 씨(59)는 “우리 대부분이 동상에 걸려 고생하면서도 내 동네이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수십 번이다”라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 / 평창=김정훈·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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