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의 아버지’→‘빙상계 적폐’…전명규 또 구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2월 20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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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임원’ 논란에 이어 노선영 선수의 ‘편가르기’ 폭로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55)이 또 구설에 올랐다. ‘한국 쇼트트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의 공은 크지만,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져 어느새 ‘빙상계의 적폐’가 됐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전명규 부회장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 쇼트트랙 남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09년부터 빙상연맹 부회장 직을 맡아 왔으며,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이기도 하다. 전이경, 김소희, 김동성, 빅토르 안(안현수) 등 인재를 발굴해 키우고, 치밀한 훈련과 뛰어난 전략으로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앞둔 그해 1월, 전 부회장은 기존 선수 1명이 빠지게 되자 선발전을 치르지 않은 안현수를 감독 추천으로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당시 17세로 같은 해 1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두각을 보였던 안현수는 전 부회장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전 부회장은 그러나 그 뒤 안현수 러시아 귀화의 원인이 된 ‘파벌 논란’의 핵심 배후인물로 지목받게 된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안현수의 진학 문제로 스승인 전 부회장과 갈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후 계속해서 불이익을 받아왔다는 것이 안 씨의 주장이다.

귀화한 안현수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라 러시아 최고의 쇼트트랙 영웅이 됐고, 전 부회장은 올림픽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빙상연맹 부회장직을 내려놨다. 당시 그는 제자 문제로 ‘파벌싸움의 원흉’ ‘악의 축’ 등 비난을 받았다. 그는 이미 앞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터진 ‘짬짜미 사건(승부 담합)’의 중심인물로 알려져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 복귀한 바 있었다.

전 부회장이 부회장직에 재차 복귀한 때는 3년 만인 지난해 2월이다. 이미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그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이른바 ‘이상화 임원’으로 지목된 데 이어 ‘편가르기’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 당일 이른 시간에 선수촌을 찾아 이상화를 만난 고위관계자가 전 부회장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비난이 일었다.

이상화 선수의 해명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곧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 이후 불거진 이른바 ‘노선영 왕따 논란’의 중심에 전 부회장이 있다는 것. 여기에 노선영 선수와 함께 팀을 꾸려 경기에 출전한 김보름·박지우 선수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한 노선영은 지난달 26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추월 남녀 대표팀은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면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정재원·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빙상계의 실력자인 전명규 부회장이 메달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만 따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전 부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전 부회장의 이름이 올라 있으며, 관련 기사 댓글란에는 “이쯤되면 빙상연맹의 제왕적인 부회장 전명규가 사퇴해야겠다” 등 비판적인 댓글이 대다수다.

이 가운데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날 오후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명규’를 검색하면 뜨는 청원 글 수는 20건이다. 한 청원인은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 적폐의 우두머리 퇴출요청한다”며 “안현수 선수 사태부터 시작되었던, 혹은 그 전부터 있었지만 모르고 있었던 빙상연맹 적폐의 우두머리 퇴출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밖에 “실력, 결과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이 없는 것” “전 부회장은 빙상 국가대표들의 오래된 파벌의 주범”이라는 내용의 글이 잇따랐다. 또 다른 청원인은 “안현수를 러시아로 보내버린 전 부회장이 아직도 그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드는 발마에 여자 팀 추월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한편 같은 시간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한다”는 글은 29만410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전날 올라온 해당 청원은 단 하루 만에 추천인 수 20만 명을 넘겨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게 됐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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