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성폭행’ 의혹 부인…김지현 “성폭행 당해 낙태, 200만원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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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0일 0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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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지현 페이스북
사진=김지현 페이스북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이 성추행 논란에 대해 19일 공식 사과했지만, 기자회견 직후 임신과 낙태 등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지현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이날 이 전 감독의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았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그래서 제가 받은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서 갔지만 선생님께선 전혀 변함이 없으셨다.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씀에 저는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분개했다.

김지현은 이 글에서 과거 이 전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해 낙태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을 했다. 여자 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고 나도 함께 였다. 수위는 점점 심해져 혼자 안마를 할 때 성폭행을 당했다”며 “2005년 임신을 했고 제일 친한 선배에게 말씀을 드리고 조용히 낙태를 했다. 이를 안 선생님(이윤택)은 내게 200만 원인가를 건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김지현은 낙태 후 한동안 이 전 감독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지만, 그 사건이 점점 잊혀질 무렵 또 다시 성폭행을 시작했다며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에 전 자신의 사람이란 말씀을 하면서 괜찮다, 괜찮다 (하더라)”고 주장했다.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극단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이윤택 선생님과의 일 말고는 연희단거리패에서의 생활이 선배들과 후배들과의 관계가 그리고 그곳에서의 공연이 너무 좋고 행복해서 그곳을 나올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언젠가부터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무대 위에서 관객 앞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가 없었다”며 “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 집에 돌아왔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 했고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연희단거리패에 계신 선배님들께선 아마 이 사실을 모르실 거다. 그때 용기내서 도와달라고 말씀 못드려 죄송하다”며 “제가 나온 이후에도 분명 선생님과 피해자만이 아는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분명 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용기 내지 않아서 이 일이 흐지부지 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아픔을 힘겹게 꺼내준 피해자들이 또 한번 고통을 당할 것”이라며 “제가 이렇게 용기를 내는 것이 연극계가 바로 서는 일이고 제가 다시 하늘을 똑바로 볼수 있고 무대 위에서 떳떳한 배우가 될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감독의 성추행 논란은 지난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추행 피해 경험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여관에서 이 전 감독으로부터 안마를 요구받았다며 “안마를 시키더니 갑자기 바지를 내리며 성기 주변 안마를 강요해 ‘더는 못 하겠다’고 말한 뒤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폭로를 시작으로 연희단거리패 옛 단원들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고백이 쏟아졌다.

김보리(가명) 씨는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올린 글을 통해 “19세이던 2001년과 20세이던 2002년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연희단거리패에 있을 때 황토방이라는 별채로 호출을 받아 수건으로 나체 닦기, 성기와 그 주변을 안마했다.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일어난 일과 목격한 일을 모른척 하고 지냈다”면서 “그의 성추행은 성폭행이 되었다”고 폭로했다.

배우 겸 극단 나비꿈 대표인 이승비 역시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 너무 무섭고 떨려서 제 몸은 굳어져 가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 결국 제 사타구니로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하여 전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폭로했다.

이 전 감독은 결국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지만 번번이 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큰 죄를 짓게 됐다”며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폭행과 임신중절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 전 감독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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