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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이 중국산 철강 수출 통로” 콕 찍어 제재 타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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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이 중국산 철강 수출 통로” 콕 찍어 제재 타깃으로

이건혁기자 , 위은지기자 입력 2018-02-20 03:00수정 2018-02-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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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공세 몰아치는 미국]美-中 무역전쟁에 등터진 한국

미국 상무부가 16일(현지 시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한국이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美中)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한국 철강업체가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철강 수입 규제 대상으로 꼽은 12개국 리스트에서 빠져나오려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철강에 중국산이 많이 포함돼 있지 않은 현실을 집중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中철강 수입 후 재가공해 美에 덤핑”

미 상무부가 공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저렴한 중국의 철강을 수입한 후 재가공해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본다. 보고서에서 토머스 깁슨 미국철강협회 대표는 “제3국에 수출된 중국산 철강은 그 나라에서 강철 제품으로 가공돼 다시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증언했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제3국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 가운데 12개 국가의 철강 제품에만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한국에 가장 불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12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된 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기준 중국산 철강 1422만 t을 수입해 전 세계에서 중국산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다. 미국은 한국을 중국산 철강 제품을 대신 수출하거나 중국산 제품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인 미국은 2016년 기준 3090만 t을 수입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 소비된 철강 제품 약 9500만 t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미국은 높은 수입 비중 탓에 자국 철강산업이 붕괴되고 최악의 경우 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잉 수입되는 철강물량이 경제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국가안보 위협론을 부각한 셈이다. 하지만 특정 품목의 수입물량을 자국 생산량과 비교해 안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논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한국 수출 철강 중 중국산은 2.4%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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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 국가와 기간 등을 최종 선택하는 4월 11일까지 미국 측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산 철강을 재료로 삼아 가공해 미국에 수출한 물량이 적을 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한국이 세계 1위의 중국산 철강 수입국이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중 중국산 비중은 2.4%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으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도 2014년보다 38%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산 철강은 자동차용, 유정용 강관 제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인 반면 중국산은 저가 제품 중심이어서 미국 내 소비시장 자체가 다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미국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은 지금까지 미국 현지 법인 등을 통해 약 57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결과 7700여 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의 논리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철강산업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입량을 1330t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만큼 한국을 위해 양보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강 차관보는 “산업부는 물론 외교부, 국방부 등 모든 부처가 나서 미국 상무부나 백악관 등의 관계자들에게 한국 측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통상정책 재검토 계기 삼아야”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통상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예견된 일이었는데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미 통상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통계수치와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기여한 점을 토대로 미국을 설득해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부과 과정에서 이런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세탁기 철강시장을 순차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제적 논리가 먹히지 않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만족할 만한 카드를 제시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탄핵 정국으로 정부가 초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며 “미국 측 이슈에 끌려가지 말고 연구기관이나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정부 간 대화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위은지 기자
#미국#중국#무역#수출#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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