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침묵 일관… 선고직후 고개 떨어뜨려… 변호인 “가혹한 판결, 쇠귀에 경 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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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1심 징역 20년]재판부 2시간 10분 걸쳐 쟁점 설명
崔, 허리통증 호소해 5분간 쉬기도

13일 오후 2시 10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세윤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가 자리에 앉은 후 “재판을 시작하겠다. 피고인들은 출석해 달라”고 말하자 최순실 씨(62·구속 기소)가 법정으로 들어왔다. 남색 정장 재킷과 바지를 입은 최 씨는 김 부장판사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피고인석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무심한 표정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 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9·구속 기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 등 3명의 유무죄 쟁점과 판단을 2시간 10분간 설명해 나갔다.

최 씨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때마다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선고 중간에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가 화가 난 듯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했다. 붉어진 두 뺨에 양손을 문지르고 물을 자주 마셨다. 가끔씩 “후우∼”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옆에 앉은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9)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후 4시 9분 이 변호사는 “최 씨가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휴식을 요청했다. 최 씨의 지병인 허리통증이 도진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다른 피고인들의 양형 이유를 먼저 설명하겠다. 쉬었다 오시라”고 말했다. 최 씨는 왼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법정 밖으로 나갔다가 약 5분간 휴식을 취하고 들어왔다.

이윽고 오후 4시 20분 김 부장판사는 최 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추징금 72억9000여만 원을 선고했다. 순간 서 있던 최 씨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입을 살짝 벌린 채 초점을 잃은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최 씨는 천천히 앉더니 고개를 떨어뜨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최 씨는 이 변호사와 짧게 이야기를 나눈 뒤 여성 경위와 함께 구치소로 향했다.

이날 최 씨는 중형 선고를 예상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법정을 나설 때까지 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4일 결심공판에서 “아아악” 소리를 지르는 등 그간 재판에서 돌출행동을 몇 번 했지만 이날은 일절 소란이 없었다.

이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가 가혹할 정도의 중형을 선고했다”며 “변호인이 치열하게 변론을 하고 증거를 제시했지만 재판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우이송경(牛耳誦經·쇠귀에 경 읽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시세가 200억 원 이상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과 강원, 경기 일원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250억여 원에 이르는 벌금과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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