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민세]노후 수도관, 기준 맞게 교체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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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세 전 영남이공대 교수
이민세 전 영남이공대 교수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멀쩡한 배관도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만으로 교체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배관공사 업자들과의 연루 의혹으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 단지 도로에서 배관 상태 조사를 의뢰받은 한 업체는 진단 후 결과보고서에 이미 한참 전에 절단이 돼서 심하게 부식된 배관 사진들을 잔뜩 늘어놓기도 했다. 초음파 측정기로 측정한 배관 두께도 상태가 가장 안 좋은 곳의 수치를 적어 놓고 마치 평균치인 양 속였다는 것이다. 결론은 ‘부식이 엄청 심해서 전면 교체를 해야 한다’고 썼다고 한다.

배관 교체 이외의 세척 방법으로는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질소 세척도 있다. 효과가 국가시험기관으로부터 검증이 됐지만 이런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적었다가 문제가 되자 즉시 삭제하고 다시 보고서를 제작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데도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배관공사업체 선정 입찰공고’까지 냈다가 관할 지자체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관 교체 보조금 지급 방침들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배관 교체 평가기준’이 엄연히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제시하는 ‘주택 재건축사업의 안전진단 매뉴얼’에서 ‘배관류 평가기준’을 보면 “배관의 부식, 스케일, 누수 등이 일부 발생되었으나 기능에 지장이 없는 보통의 상태일 때는 ‘부분적인 보수 교체’도 무방하다”고 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국적으로 수도 배관 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100년이 지난 수도 배관이 즐비한데도 60% 정도의 국민이 수돗물을 그냥 마시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민세 전 영남이공대 교수
#노후 수도관 교체#배관공사#질소 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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