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명절처럼 왁자지껄한 집이 있다. 채널A ‘아빠본색’에 출연하는 ‘다둥이 아빠’ 가수 박지헌 씨(40)네다. 설맞이 가족사진 촬영이 있던 5일 오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박 씨 집은 사랑스러운 다섯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로 가득 찼다. 박 씨는 “매일매일이 설날 같다. 한복이라도 입지 않으면 명절인지 모르고 지나갈 정도”라며 크게 웃었다.
―다둥이 집안의 명절 풍경이 궁금하네요.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좀 밋밋할 정도죠. 다른 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이 번갈아가며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는 거? 넷째 태어난 뒤로는 다들 집에 오란 말씀을 잘 안 하세요, 하하. 우리 집이 실질적인 ‘큰집’이 된 셈이죠.”
―주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냅니까.
“집에 가정용 당구대와 노래방, 오락실 게임기, 농구 게임기 등이 가득합니다. 할아버지와 아빠, 아이들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많아요. 실은 당구는 원래 제가 좋아하던 거였죠. 아버지와 아이들에게 가르쳐 줬더니, 과격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어요. 건강한 가족애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느낌입니다.” ―명절이 아니면 언제 또 그렇게 모이나요.
“여행 갈 때죠. 지난해 양가 부모님과 다섯 아이, 우리 부부까지 모두 열한 명이 세부로 일주일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전 거의 단체관광 가이드였죠. 숙소 잡고 서류 작성하고 인원 체크만 하다 온 거 같아요, 흐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보입니다.
“당구나 게임은 보통 ‘친구와 해야 재밌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가족이랑도 정말 재밌습니다. 오락실 게임도 원래 제가 더 좋아하던 거였어요. 다른 가족도 같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련했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웠습니다.”
―자녀가 생긴 뒤 달라진 점은….
“아이들은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게 해준 존재입니다. 또 그 힘으로 앞으로의 인생도 달려가도록 만들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엔 삶의 목적과 방향을 모른 채 우왕좌왕 살았단 기분이 듭니다. 왜 가수로 성공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그저 ‘성공’에만 목적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돌이켜 보면 지금의 안정적인 가정을 위해 그 시간들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앞으로도 가정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빠본색’에서 공개한 ‘홈스쿨링’이 화제인데, 설에도 이어지나요.
“물론이죠. 국·영·수 중심의 주요 과목 교재들은 진행하려고 해요.(아이들 “으악!”) 대신 피아노와 유도, 수영은 쉬기로 했습니다. 홈 스쿨링은 아이들이 아래위로 넓은 사회성을 기를 수 있어요. 또래 친구를 사귀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던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유도 학원이나 수영 학원, 교회, 방학 캠프만 한 번 다녀오면 친구를 수십 명씩 만들어 와요.”
―‘아빠본색’ 출연 뒤 달라진 점은 뭔가요.
“예전엔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걸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만 여겼거든요. 그런데 방송 시작하고 주위 반응은 그게 아니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앞으론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고 사는 인생도 좋은 점이 많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소망은 뭘까요.
“올해도 채널A ‘아빠본색’을 통해 가족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제작진이 우리를 영상에 담으려 노력하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이런 선물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가족이 되자’는 얘기를 아내와 나누기도 했습니다.” ―부인이 2일 여섯째 딸을 낳았습니다.
“다들 염려해주신 덕분에,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 딸 이름은 ‘담’이에요. 출산 전 조산기가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동안 거실 한쪽에선 두루마기 한복으로 갈아입은 첫째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 아래 두 형제는 한복 옷감을 손으로 만지며 ‘깔깔’거렸다. 한복이 싫은 넷째 딸 향이가 끝내 ‘앙’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서둘러 오빠들이 달려가 달랬다. 그 와중에 18개월 난 다섯째 솔이는 무심하게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도 말을 걸어봤다.
―형제자매가 많아 좋은 점이 뭐예요.
“안 심심해요. 근데 동생들이 말을 안 들어 고민이에요.”(첫째 빛찬·12)
―설 세뱃돈으로 뭐 할 거예요.
“저금요. 심부름하거나 설거지 도우면 ‘용돈 쿠폰’ 받아요. 500원, 1000원씩요. 지금까지 30만 원 넘게 모았어요.”(둘째 강찬·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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