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 더 자주 쏜다”… 재사용 로켓 시대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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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컨헤비’ 로켓 재사용 성공으로 주목

1969년 달에 아폴로 11호를 보낸 ‘새턴Ⅴ’ 이후 가장 강력한 로켓인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가 6일(현지 시간)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팰컨헤비를 들어올린 ‘재사용 로켓’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팰컨헤비 1단 추진체의 로켓 3개 중 양끝에 달린 2개가 각각 2016년 5월과 7월에 발사된 뒤 회수된 재사용 로켓 ‘팰컨9’이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두 로켓은 중앙 로켓에서 동시에 분리된 뒤 지상으로 돌아와 무사히 착륙했다. 팰컨9의 두 번째 비행이었다.

한 번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하면 로켓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이고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더 싸게, 더 자주 우주로 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해에만 팰컨9을 18번 쏘아 올려 연간 최다 로켓 발사 기록을 세웠다. 이 중 5번은 이전에 발사한 뒤 회수했던 로켓을 재발사한 것이었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재발사로만 30번 이상 로켓을 발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1월에도 두 번의 로켓 재발사에 성공했다. 팰컨헤비까지 더하면 1개월 남짓한 기간에 올해 들어 이미 3번의 재발사가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 남은 11개월 동안 한 달에 평균 2.5번씩 발사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머스크는 “수개월 내에 팰컨헤비를 다시 발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왕복선 ‘드래건’에 민간 우주여행객 2명을 태워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리는 임무도 팰컨헤비를 이용해 올해 중 추진된다. 2024년을 목표로 화성에도 인간을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크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9월 모든 요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차세대 팰컨헤비 격인 초대형 재사용 로켓 ‘BFR’의 제원을 공개하기도 했다. 길이 106m, 폭 9m인 BFR는 화성을 기준으로 탑재 중량이 150t으로 팰컨헤비(16.8t)의 9배가량 된다. 1단 로켓 위에 우주왕복선을 연결한 형태다. BFR는 화성 식민지 건설 프로젝트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왕복선에는 총 40명이 탈 수 있고 내부 공간은 825m³로 에어버스 항공기 A380보다 넓다.

BFR가 100% 재사용이 가능한 만큼 스페이스X는 회당 발사 비용이 ‘팰컨1’(약 700만 달러)보다도 낮을 것으로 추산한다. 1단 로켓을 재사용하는 팰컨9과 팰컨헤비의 회당 발사 비용도 각각 6200만 달러(약 675억 원)와 9000만 달러로 동급 로켓 대비 10분의 1 수준이지만, BFR는 이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다.

한편 세계 최초의 재사용 로켓은 아마존닷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이 2015년 11월 처음 지상 착륙에 성공시킨 ‘뉴 셰퍼드’다. 다만 뉴 셰퍼드는 민간 우주여행용으로 매우 작다. 대기권의 경계 지점인 상공 100km에서 6인용 여행캡슐을 던진 뒤 로켓과 캡슐 모두 자유낙하에 의존해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뉴 셰퍼드 2호는 2016년 10월까지 총 5번의 시험 발사에서 지상 착륙에 성공한 뒤 퇴역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12월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뉴 셰퍼드 3호를 이용해 이르면 내년 초 승무원을 태운 여행캡슐 시험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지구 저궤도(200∼2000km)를 도는 통신위성 11개를 실은 팰컨9을 발사한 뒤 지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단장은 “대기권 끝까지 올라갔다 그대로 내려오는 뉴 셰퍼드와 달리 팰컨9이나 팰컨헤비의 1단 로켓은 대기권을 완전히 빠져나갔다가 자세를 지구 방향으로 돌려 재진입하기 때문에 기술의 난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팰컨9은 실시간으로 위치나 속도, 바람 세기 등의 정보를 수집해 ‘그리드 핀’으로 불리는 날개와 부스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자세를 조정한다.

스페이스X는 2016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쏘아 올린 팰컨9을 해상에 띄운 무인선박에 착륙시키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뒤 같은 해 두 번 더 해상 회수에 성공했다. 해상 착륙은 포물선을 그리며 지구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멀리까지 나아간 로켓을 회수하는 데 유리하다. 스페이스X 측은 “어떤 임무의 경우에는 지구로 돌아올 연료를 충분히 남기지 못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중력의 도움을 받아 해상 착륙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화성 궤도로 머스크가 타던 스포츠 전기차를 보낸 팰컨헤비의 1단 중앙 로켓 역시 해상 착륙을 하도록 설계됐지만 대서양 위에 떠 있던 무인선박에 착륙하지 못하고 인근 바다에 떨어졌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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