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 핵심자원으로 뜨는 빅데이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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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심야버스 노선 운영에 활용… SKT, 따복버스 특화노선 구축
네이버, 지역별 업종 관심도 제공

서울시는 2013년 9월 심야버스를 도입할 때 노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버스가 집 앞을 지나게 해달라’는 민원은 쏟아지는데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낮 시간대 통행량이 많은 노선을 이어 붙인 후보 노선을 만들었지만 시민들을 설득하려면 정교한 이동 행태 분석이 필요했다. KT는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 주고받는 시그널 정보를 통해 시민들이 밤늦게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KT의 통신 데이터 30억 건을 분석한 이동 행태를 토대로 심야버스 경로를 정하고 노선을 2개에서 9개로 늘렸다.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빅데이터가 공공사업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업과정에서 고객들로부터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익을 위해 제공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KT는 2014년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때 통신데이터를 통해 차량 방문경로로 질병 확산경로를 밝혀낸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방지에 통신데이터를 활용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후 KT는 질병관리본부와 논의해 해외여행객 경유지 확인에 로밍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 출입국관리시스템은 최종 출발지만 알 수 있고 경유지 확인이 안돼 질병 확산경로 파악에 애를 먹었다. 이를 보완하는 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는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빅데이터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전체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KT 기지국 등 전국 통신인프라에 공기 질 측정기를 설치해 미세먼지 절감에 사용하는 ‘에어맵 코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하고 살수차와 공조기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울 계획이다.

경기도 벽지와 오지 산업단지 관광지 등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운행되는 교통복지 수단인 따복버스(따뜻한 복지버스)는 SK텔레콤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확산됐다.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만 수요가 발생해 운송업체가 정규노선 편성을 기피했던 지역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출퇴근형’ ‘관광형’ 등 맞춤형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지형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지오비전’을 통해 유동인구와 각종 시장정보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일부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기지국이 수집한 통화데이터와 부동산 정보 등을 분석해 창업 지원 및 상권 분석은 물론이고 범죄예방과 폐쇄형 폐쇄회로(CC)TV 입지분석 등 80여 개의 공공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집회나 행사에 참가한 인파를 산정할 때도 각 기지국 범위 안에 감지되는 신호 세기를 통해 보다 정확한 수치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 이용행태를 분석해 지역별 대중교통 공백 구간을 찾아내 정책개선 자료로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을 통해 지역별 업종 관심도와 상품별 판매 빅데이터를 제공한다.

KT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고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고객으로부터 얻은 정보인 만큼 기업이 독점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sk텔레콤#카카오#kt#빅데이터#공공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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