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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 불의에 눈감으면 희망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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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 불의에 눈감으면 희망 없어”

구특교기자 입력 2018-01-22 03:00수정 2018-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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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동문 ‘영화 1987’ 단체 관람
재학생 “부당한 권력에 저항과 순응… 어떤 행동이 옳은지 생각하게 돼”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 200여 명이 영화 ‘1987’을 단체 관람하고 있다. 서울대 민주동문회 제공
“불의에 맞서 싸우신 선배와 권력에 순응한 선배가 모두 영화에 등장했습니다. 내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19일 서울대 역사교육과 2학년 이성준 씨(20)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이 씨는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을 찾았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박종철기념사업회, 서울대 민주동문회 등이 마련한 영화 ‘1987’ 단체 관람이 열린 곳이다. 참가자는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이다. 1987년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씨(당시 22세·서울대 언어학과 84학번)의 선후배들이다.

처음에는 재학생 80명 정도 참석이 예상돼 작은 극장을 빌렸다. 그러나 3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려 더 큰 극장으로 바꿨다. 이날 상영관에는 재학생과 동문 2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참석자들은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한 학생은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박종철 사망 원인 발표 장면에서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 씨는 “수업을 마친 뒤 시간 맞춰 오느라 택시를 타고 겨우 극장에 도착했다.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 속 박종철 선배를 본 뒤 이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서울대 산업공학부 대학원생 문지형 씨(27·여)는 대형 가방을 끌고 영화관을 찾았다. 이날 영화 관람 후 해외 출국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학교에 박종철 열사 추모비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번 영화를 보며 선배께서 죽음의 공포를 버텨가며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후 이부영 전 의원(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과 한재동 교도관 등이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의원은 학생들에게 영화에 등장하는 본인과 최환 검사, 재야인사 김정남 씨 모두 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 출신이라는 등의 사실을 알려줬다. 학생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서울대생이 예전부터 사회 참여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 지식인과 엘리트가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출신 대표로 김기춘 우병우 원세훈이 꼽히는 걸 여러분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과거 전두환 정권 떠받친 걸 육법당이라고 했다. 육사와 서울법대를 말한다. 앞으로 이런 것이 우리 역사에서 지워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17학번 최수지 씨(21·여)는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전 의원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울렸다. 졸업 후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부당한 권력에 저항과 순응#한재동 교도관#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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