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1500배 차이?… 여배우는 서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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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화 ‘올 더 머니’ 재촬영 출연료… 월버그 16억 vs 윌리엄스 106만원
논란 일자 여성단체에 기부… 할리우드 출연료 1∼14위가 남성
샤론스톤 “이런 현실에 눈물난다”…여배우 원톱 영화 흥행 저조탓
“남성 위주 장르부터 바꿔나가야”

‘150만 달러(약 16억 원) vs 1000달러(약 106만 원).’

최근 미국 할리우드에선 남녀 배우 출연료 불평등으로 또 한 번 시끄러웠다.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올 더 머니’의 남성 배우 마크 월버그는 성 추문에 휩싸인 케빈 스페이시의 하차로 인한 재촬영 출연료로 16억 원을 더 받았다. 하지만 같은 주연이자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오른 여성 배우 미셸 윌리엄스는 110만 원도 채 받지 못했다. 논란이 커지자 월버그는 150만 달러를 윌리엄스 명의로 성추행 여성 지원단체 ‘타임스 업’에 기부했다.


○ 한국도 남성 배우가 최소 +1억 원

물론 영화계의 남녀 출연료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포브스에 따르면 2016, 17년 할리우드 출연료 합계 1위부터 14위까지가 모두 남성 배우였다. 여성 배우 1위인 에마 스톤은 겨우 전체 15위였다. “아직도 남성 배우보다 출연료가 적다니 눈물이 난다”(샤론 스톤)거나 “낮춰 받은 출연료를 꼭 상환받길 바란다”(제시카 채스테인) 같은 반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 영화계는 어떨까. 사정은 엇비슷하다. 작품마다 편차는 있지만, 주연을 맡는 소위 ‘A급’ 남성 배우의 기본 출연료는 평균 7억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저예산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관객 1인당 10원, 대형 영화의 경우엔 ‘500만 혹은 1000만 관객이 넘으면 순수익의 1%’ 정도를 인센티브로 더 받는 식으로 계약한다.

반면 A급 여성 배우가 받는 출연료는 평균 5억∼6억 원. 기본급 자체가 많게는 2억 원가량 낮게 형성돼 있다. 인센티브를 가져갈 기회도 무척 드물다. 게다가 ‘A급’으로 평가받는 여성 배우의 인력 풀이 남성보다 훨씬 좁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배우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 단역조차도 비슷한 비중의 역할과 인지도라도 남녀 성별에 따라 출연료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 남성 편향적인 구조 자체를 바꿔야

영화계에선 영화시장의 구조 자체를 임금 격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소위 여성 배우가 ‘원톱’을 맡는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불문율 비슷한 게 존재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주연급 여성 배우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이는 자연히 출연료 저하로 이어져왔다.

실제 흥행 성적도 곤궁한 편이다. 지난해 말 김혜수 주연의 ‘미옥’은 여성 누아르라는 참신한 장르를 내세웠음에도 관객 수는 약 24만 명에 그쳤다. 엄지원과 공효진이 주연한 ‘미씽: 사라진 여자’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100만 명(115만 명)을 겨우 넘겼다. 인기 아이돌 수지가 출연한 ‘도리화가’(2015년)도 큰 기대를 모았으나 고작 32만 명을 기록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남성 배우들은 일단 ‘티켓파워’가 보장됐다고 여기는 데다 ‘한류스타’가 많아 해외 판권 수출에서도 유리하다고 본다”며 “섭외가 완료되는 순간 투자가 급물살을 타기 때문에 출연료 협상에서도 입김이 세다”고 귀띔했다. 반면 여성 배우들은 국내 대형 영화 대부분이 남성 중심적 작품이라 출연료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드물게 여성 중심의 작품이 나오면 “이런 시나리오가 나온 것 자체가 고맙다”며 흔쾌히 출연을 결정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정인 중앙대 영화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영화는 정치, 범죄액션 등 장르부터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치우쳐 있다”며 “제작 현장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해야만 풀릴 숙제”라고 강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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