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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땅굴 전투 훈련 주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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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땅굴 전투 훈련 주력하는 이유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입력 2018-01-21 12:19수정 2018-01-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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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한국전쟁 나면 북한 수뇌부 제거와 핵무기 확보 목적
주한미군 병사들이 경기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에서 땅굴 전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주한미군]

구찌터널은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콩(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이 미군을 피해 숨거나 게릴라전을 위해 만든 대표적 땅굴이다. 호찌민(옛 사이공)에서 북서쪽으로 70km 떨어진 구찌터널은 1948년 인도차이나전쟁 당시 프랑스에 대항하고자 처음 만들어졌다. 깊이가 지하 3~8m인 구찌터널은 미로처럼 복잡한 데다 길이가 250km나 된다. 통로는 세로 80cm, 가로 50cm로 협소하지만 내부에는 4층 구조로 넓게 만들어진 공간도 있다. 남베트남군은 무기저장실, 식당, 침실, 주방, 수술실까지 갖춘 이 터널에 낮에는 숨어 있다 밤에는 기습 공격에 나서는 등 게릴라전을 벌였다. 미군은 이 터널을 파괴하기 위해 대규모 폭격을 가하고 특수부대까지 투입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이 땅굴 전투 훈련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있다. [주한미군]

○ 인민군 최고사령부 야전지휘소

미국이 제2 한국전쟁에 대비해 ‘땅굴 전투(tunnel warfare)’ 훈련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전쟁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은 땅굴 전투를 목적으로 병사 수천 명을 훈련시키고 있다. 미 육군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위해 1~2개 여단 규모로 땅굴 전투 훈련을 해왔다. 지금은 북한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실행할 것에 대비해 땅굴 전투 훈련을 하는 부대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땅굴 전투 훈련 부대에 최정예로 불리는 제82, 제101 공수사단이 포함됐다. 이 두 공수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육군 최강 부대들이다. 미국 국방부도 열상 탐지장비가 장착된 AN/PSQ-20 야시경을 비롯해 마스크, 통신장비 등 땅굴 전투를 위한 특수 장비를 대거 구매하고 있다.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부(USAINSCOM)와 중앙정보국(CIA)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땅굴 굴착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북한은 593부대, 667부대, 744부대 등 땅굴을 전문적으로 파는 군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미얀마,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 등에 땅굴 굴착 기술을 수출했는가 하면, 핵 공격과 벙커버스터 방어를 위한 이중 돔형 기술까지 개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는 한미연합전력의 정밀 타격에 대비해 평양 인근을 비롯해 북한 전역에 지하벙커를 구축해놓았다. 현재 북한은 핵 · 미사일 시설뿐 아니라 산을 뚫어 전투기 격납고까지 건설해놓았으며, 지하 군시설만 6000~7000개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북한 수뇌부의 지하 전쟁지휘소와 도주용 대피처의 규모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일본으로 망명한 북한 정찰총국 소속 대좌(대령급) A씨는 평양 외곽에 있는 김정은의 지하벙커 위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평양 삼석구역 대성산 국사봉에 있는 이 지하벙커는 인민군 최고사령부 야전지휘소로, 유사시 군 수뇌부를 위한 대피시설로 활용된다. 대성산 북쪽으로 이어진 자모산에도 김정은이 애용하는 특각(전용별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핵 공격과 벙커버스터를 막아낼 수 있도록 지하 100m 깊이에 임시지휘소가 마련돼 있다. 이들 지하벙커는 강화 콘크리트와 강철재로 건설됐다. 지하벙커는 핵·미사일 전력을 총괄하는 전략군과 일선 주요 부대를 김정은이 직접 지휘할 수 있는 통신망, 물 · 식량 등 전쟁물자, 회의실, 핵·화생방 방호시설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또 수뇌부 대피용 땅굴망도 구축해놓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2009년 평양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 300m 깊이의 거대한 김정일 전용 땅굴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황 전 비서는 “수십 년 전 평양 지하철과 연결된 비밀 땅굴에 직접 가봤다”며 “지하철에서 다시 150m 정도 더 내려갔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 접경지역에서 수십km 떨어진 곳에도 지하벙커들을 건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가 한국에 대거 전개됐을 때 김정은이 북 · 중 접경지역의 지하벙커로 피신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비롯해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들을 지하시설에서 생산하거나 보관하고 있다. 게다가 장사정포와 각종 로켓, 야포, 탄약 등을 휴전선 일대 지하갱도에 은닉해놓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휴전선 인근 지하갱도에 신형 122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 240mm 방사포 등 장사정포 330여 문을 배치해 유사시 서울 등 수도권의 핵심 시설을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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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깊숙이 건설된 북한 평양 지하철역의 모습. [위키피디아]

○ 북한 핵무기 찾으려면 지상군 투입 해야

북한은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휴전선 일대에 남침용 땅굴도 건설했다. 지금까지 4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 74년 발견된 제1 땅굴은 시간당 1개 연대 병력을 비롯해 각종 군사물자 수송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제3 땅굴은 서울과 44km 거리까지 판 상태였다. 북한은 더 많은 남침용 땅굴을 뚫었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은 전면전이나 국지전이 일어날 경우 땅굴을 통해 특수부대를 투입할 수 있다. 북한은 20만 명의 특수전 병력을 보유 중이다.

미군은 최근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휴전선 인근 북한군의 지하시설 파악에 나섰다. 더그 윌치 육군 신속능력처(Rapid Capabilities Office · RCO) 처장 등이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해 북한군의 지하시설 위치 등을 조사했다. 윌치 처장은 “북한은 지하갱도에 로켓과 야포, 탄약은 물론 화학무기 등을 은닉해 개전 초 집중 포격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이미 북한의 지하시설과 벙커 등에서 전투할 것에 대비해 관련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은 지난해 12월 경기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에서 지하에 은닉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워리어 스트라이크 9’이라는 땅굴 전투를 실전처럼 훈련했다. 주한미군은 이 훈련에서 새로운 통신장비인 MPU5를 시험했다. 이 장비는 지하에서도 와이파이(Wi-Fi)와 유사한 통신 환경을 조성해 땅굴을 탐색하는 병력끼리 문자메시지나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다.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육군 델타포스와 해군 네이비실 6팀, 75 레인저 특공연대, 그린베레도 김정은 참수작전 등을 위해 땅굴 전투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하는 지상·해상·공중에 이어 제4의 전쟁터다. 특히 제2 한국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이 구축해놓은 땅굴이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될 수 있다. 미군 합동참모본부의 전략 담당 부국장인 마이클 듀몬트 해군 소장은 “북한이 지하 깊숙이 은닉하고 있는 핵무기들을 찾아내 완벽하게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상군들을 투입하는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군이 땅굴 전투 훈련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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