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가상화폐 추락에…한 숨도 못 자” 투자자들 ‘패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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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급등락에 ‘투자 엑소더스’ 현상도

비트코인 국내 시세
비트코인 국내 시세
“가격이 더 떨어질까봐 밤새 한 숨도 못 잤어요.”

비틀대는 비트코인 시세에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부의 규제와 미국 비트코인 선물시장 만기일 등의 여파로 가상통화(가상화폐) 가격이 연일 출렁이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가격 급등락에 스트레스를 받은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비트코인 히스테리’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에서 이탈하는 ‘엑소더스’ 조짐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추락에 투자자들 ‘패닉’

직장인 이모 씨(33)는 17일 오후 제2금융권에 대출을 문의했다.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은 이미 3000만 원을 빌려 한도가 찼기 때문이다. 그는 이 3000만 원으로 가상통화 리플에 투자했다가 ‘반 토막’이 났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으려 한 것. 그는 은행 창구 직원의 말에 당황했다. “혹시 비트코인에 투자하다 잃으셨나요? 저도 지금 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16일에 이어 17일 밤에도 가상통화 시세가 폭락했다. 해외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연속 코인당 1만 달러가 무너졌다. 18일 오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12월 초 시세에 머물러있다.

이 같은 급락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씨는 “매도가 터지면 일단 팔아야 하는데 대응을 못했다. 연이은 폭락에 어제도 못 잔 사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글이 쏟아졌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부숴버렸다”며 TV, 욕조 등 부서진 집기 사진들도 올라왔다.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가상통화 투자자가 투신했다는 글과 함께 한강다리 중간에 소방차, 경찰차가 서있는 사진이 돌았다.

손실을 만회하려 대출에 나선다는 투자자들의 글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어제 오늘 대출 문의가 평소보다 많았다. 주로 젊은 층이었다”고 말했다.

고스란히 수익을 반납한 투자자도 많다. 김모 씨(31)는 “투자에 늦게 뛰어든 편이었는데 운이 좋아서 두 배까지 갔다가 제때 팔지를 못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딜러는 “지난해 8월 이후 젊은층 위주로 구매가 늘었는데 이중 가상통화로 차를 구입한다는 고객도 있었다. 그런데 어제 취소 문의가 꽤 많았다”고 말했다.

●시세 급등락에 ‘투자 엑소더스’ 현상도

가상통화의 롤러코스터 시세에 “어지러움증을 느낀다”며 이탈하는 투자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가상통화 시세의 변동 폭이 커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투자자는 “오를 땐 좋지만 떨어질 땐 시세가 한없이 떨어진다”며 “가상통화 투자를 시작하고 휴대전화를 거의 놓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일에 집중을 못해 정리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투자를 계획했던 예비 투자자들도 한층 신중해졌다. 큰 폭락을 목격하고 함부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김모 씨(33·여)는 “블록체인과 가상통화가 기술적으로 중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수시로 규제에 나서고 그때마다 시세가 너무 크게 출렁여 투자하기가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떨어졌을 때 반등을 노리고 무턱대고 투자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가격 변동성이 크고, 추가적인 조정도 대비해야 한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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