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8층 아파트서 뛰어내린 모자, 기적적 생존…‘나무’가 쿠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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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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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러시아 5채널 캡처
사진=러시아 5채널 캡처
지난 14일 낮 (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아파트 8층 방 창문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방 안에서 불이 난 거였다. 안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22)과 그의 어린 아들(3)이 있었다. 아파트 복도에서 “제발 누가 이 문 좀 부숴 주세요!”라며 다급히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겨있는 현관문 안 쪽을 불길이 가로막은 가운데, 당장 현관문 열쇠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공포에 질린 여성은 아들을 꼭 끌어안은 채 창문으로 향했고, 그대로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5일 (영국 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피스카야 거리의 한 아파트 화재사고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의 목격담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 여성이 뛰어내린 곳은 아파트 8층으로, 높이는 약 24m에 달했다. 여성은 추락하면서 바닥에 직접 부딪혔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깔고 누운 모양으로 발견됐다. 아이는 숨도 쉬었고 의식도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머리에 약간 상처를 입은 듯 했다. 어머니도 숨을 쉬고 있었다. 한 목격자는 이들에게 담요를 덮어 줬다. 곧 구조대원이 도착해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다.

조사 결과 여성의 아들이 성냥을 가지고 놀다가 침구에 불을 붙인 게 화재의 원인이었다. 이때 여성은 다른 방에 있어 아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지 못 했다. “문을 부숴 달라”며 이들이 있던 방 밖에서 소리를 지르던 남성은 이 여성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나중에 구조됐다.

여성과 그의 아들은 지면에 닿기 전 나뭇가지에 먼저 떨어졌고, 이 결과 몸에 직접 받는 타격을 줄일 수 있었다. 매체는 또 당시 바닥에 쌓여있던 눈이 약간이나마 쿠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들 모자는 목숨을 구했지만 치명상을 입어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러시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성은 현재까지도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뇌 일부가 손상됐으며 엉덩뼈와 갈비뼈가 골절됐다. 얼마 상처를 입지 않은 것 같아 보이던 아들도 심각한 상태로 현재 중환자실에 있다고 한다. 의료진은 “아이도 한 달 이상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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