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카페 내에선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불가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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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A 커피숍. 기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합성수지 컵(1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겨 나왔다. 같은 시각 매장 2층에 앉아있는 40여 명의 고객 중 11명이 합성수지 컵에 담긴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는 어느 커피전문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법 위반이다.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선 합성수지 컵을 오로지 테이크아웃용으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 매장 내에서 한 사람이라도 합성수지 컵을 사용하면 해당 사업장은 매장 면적에 따라 최소 5만 원(33㎡ 미만)에서 최대 50만 원(333㎡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매장 내에선 차가운 음료라도 머크컵이나 유리컵, 종이컵을 사용해야 한다.

매장 내 합성수지 컵 사용 금지는 1994년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와 구청, 시민단체와 함께 세 차례 합동점검을 했다”며 “자치구마다 사정이 다르고 담당자가 1명밖에 없는 곳이 많아 단속에 나설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곳도 많다. 환경부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12곳)이나 패스트푸드점(5곳)은 일정 조건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매장 내 합성수지 컵 사용에 대한 지도점검을 면제받는다. 이들에게 부여된 조건은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음료가격 할인 혜택 제공 △주문 시 점원이 고객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 묻기 △회수된 일회용 컵을 분리 선별해 전문 재활용업체에 넘기기 등이다.

하지만 이들 매장에서도 협약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A 커피숍은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었지만 기자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았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17곳의 합성수지 컵 사용량은 2013년 2억2811만3000여 개에서 2016년 3억7818만30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자발적 협약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일회용품 사용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독려하고 자발적 협약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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