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현송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현송월은 아주 유명한 팝가수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그녀가 대표적인 프로파간다 관료임을 뜻한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최강 걸그룹 모란봉악단을 이끄는 현송월이 북한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발탁됐을 때 미국의 뉴스위크는 이렇게 보도했다. 그가 당의 핵심 보직을 거머쥔 것은 김정은의 각별한 신뢰를 입증한다. 그의 초고속 출세를 보면 북한에선 대중의 정서에 미치는 문화의 파괴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도 알 수 있다.

▷2012년 김정은 집권 첫해 창설된 모란봉악단의 모든 단원은 군인 신분. 현송월은 대좌로 우리로 치면 대령급이다. 2005년 ‘준마처녀’(일 잘하는 여성)란 노래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다시 관심을 끈 것은 2012년 김정은이 관람한 공연에 만삭의 몸으로 노래하면서부터. 이로 인해 음란영화 촬영설, 총살설, 김정은 애인설 등 루머가 떠돌았다. 얼마 전 김정은 리설주 등과 찍은 사진이 공개된 뒤 소문의 신빙성은 떨어졌지만.

▷현송월은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중국이 공연내용 교체를 요구하자 전격 ‘철수’를 결정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샤넬 백을 들고 나타난 그는 한국 취재진을 향해 ‘서울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등 당찬 면모를 과시했다. 그 현송월이 어제 평창 올림픽의 북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자 접촉에 협상대표로 참석해 다시금 이목을 끌었다. 남색 정장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모란봉은 그냥 악단이 아니다. 노동신문은 그 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당 사상문화 전선의 제1기수, 제1나팔수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예술의 위력은 천만 자루의 총이나 수천 톤의 쌀로도 대신할 수 없다’고. 이번에 모란봉 공연이 성사된다면 노골적이든 은밀하든 북 체제에 대한 우리 경계심을 허무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 것이다. 과거 북 ‘미녀응원단’에 과열 반응을 보였듯이 북한 국가대표 걸그룹 앞에서 한국 사회가 스스로 무장해제한다면? 앞으로도 현 단장의 승승장구는 떼 놓은 당상일 터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현송월#모란봉악단#평창올림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