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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강남 아파트값 단칼에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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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강남 아파트값 단칼에 잡는 법

김순덕 논설주간 입력 2018-01-14 22:50수정 2018-01-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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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지 않는 집이면 좀 파시라”… 국토교통부 장관 간곡한 종용
다주택 고위공직자 앞장섰다면 강남4구 집값 벌써 떨어졌을 것
강남좌파부터 다주택좌파까지… 누구나 좋은 데서 살고 싶다
실패한 노무현 정책 반복 말고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집중을
김순덕 논설주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주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 과열에 대한 간담회를 열 때 나는 ‘유쾌한 반란’을 상상했다.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경제부총리가 되기까지 언제나 변화를 꾀했던 공직자여서다. 어쩌면 달랑 한 채(이 정부 고위공직자의 42%가 다주택자이므로), 심지어 부인 명의로 돼 있는 아파트지만 강남 집값을 잡는 데 일조하기 위해 도곡R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거나, 동급인 김상곤 사회부총리를 설득해서 살고 있는 분당 아파트 말고 전세 준 대치동R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고 발표할 수도 있다고 봤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었죠. 그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8·2대책 직전으로 되레 치솟아 국민들께 송구합니다. 이제라도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김 부총리가 이렇게 말했다면 신선한 충격, 감동의 도가니였을 것이다. 집이 두 채인 김 장관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655명(배우자 보유 포함) 중 275명의 다주택자들이 합심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에 있는 289채의 집을 일제히 호가보다 겸손하게 낮춰 팔기로 했다는 선언이 나오는 순간, 강남의 집값 급등은 단박에 잡힐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정부의 치욕스러운 ‘내로남불’ 브랜드가 쑥 들어가는 건 물론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폭등하면서 드디어 우리나라도 투명한 관료주의, 법치주의, 선진국으로 가는 데 꼭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남부럽지 않게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날 김 부총리의 발표는 실망이었다.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즉시 가동해 무기한, 모든 과열지역 대상, 최고 수준 강도의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그는 화석처럼 말했다. 국세청이 자금출처를 조사하고 불법 청약 전매나 호가 부풀리기를 고발하는 구태의연한 단속으로 강남 집값이 주저앉을 거라고는 김 부총리도 안 믿었을 듯하다.


특히 “올해 주택 공급 물량이 강남을 포함해 예년 대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가격 급등은 상당 부분 투기적 수요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모두발언은 진심인지 묻고 싶다. 과문한 탓인지 고위 공직자 중 강남 아파트를 팔았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살고 싶은 사람은 많고 떠나는 사람이 없으면 그 동네 집값이 오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요컨대 이른바 진보라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도 그 좋다는 강남 집을 포기하기 싫은 것이다.

그게 사람 심리다. 이 정부는 다주택자를 부동산값 급등의 주범으로 몰아댔지만 집 두 채 이상 가진 공직자치고 부동산 투기 고백하는 사람 못 봤다. 노무현 때만 해도 ‘강남 좌파’라는 말이 조롱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다주택 좌파’도 당당하다. 그러면서도 국민한테만 다주택 팔라고 종주먹을 대는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신화는 끝장내야 한다. 그러나 좀 더 좋은 학교에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마치 불로소득만 노리는 투기꾼으로 몰고 가진 말았으면 한다. 일본은 도심재생으로 르네상스를 구가하는데 국민 상당수를 적(敵)으로 만들고 징벌하듯 몰아붙인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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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펴낸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보고서는 실거래가 신고제 같은 부동산 시장 안정제도 마련을 성과로 꼽았지만 투기 억제에 치중한 나머지 수요 증가를 외면해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국민과 전쟁하듯 불화를 일으킨 기억이 생생하다.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남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나는 재건축아파트 전용 84m² 시세가 18억 원이나 한다는 소리에 솔직히 배가 아프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집값 폭등은 일부 좋은 지역에 국한된 일이고, 그런 아파트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점 말이다. 김상곤 부총리 같은 사람이 대치동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지 않는 한 집값은 안 떨어진다. 그렇다면 정부는 강남 잡는 데 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더 많은 보통사람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 힘쓰는 게 백번 낫다. 단 임대소득세, 보유세는 엄격히 받아낼 때가 됐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저소득층 주거복지#다주택 고위공직자#강남 아파트값 잡는 법#강남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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