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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봉송 나선 네 명의 이주민들…30년 만에 다시 서울을 환하게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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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봉송 나선 네 명의 이주민들…30년 만에 다시 서울을 환하게 밝히다

위은지기자 , 김재형기자 입력 2018-01-14 17:17수정 2018-01-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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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렸던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작별했던 성화가 30년 만에 다시 서울을 환하게 밝혔다. 인천을 돌아 13일부터 ‘문화올림픽’이란 테마로 시작된 서울성화 봉송은 16일까지 나흘 간 584명의 주자가 서울 곳곳을 돌며 평창 겨울올림픽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14일 오전 8시 51분.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과 함께 네 명의 이주민들이 광화문 앞 도로를 달렸다. 미얀마 난민 소녀 크뇨퍼 퍼 양(16),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쯔엉티빛느아 씨(28), 네팔 이주노동자 두루버 스레스타 쿠마르 씨(28), 세네갈 유학생 파파 세네 씨(39)가 그 주인공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이들은 성화 봉송 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차별 없이 경기를 펼치는 올림픽 정신이 우리 사회에도 깃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퍼 양은 2015년 말 법무부의 재정착 난민제도를 통해 한국에 정착했다.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인 퍼 양의 가족은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태국의 ‘매라 난민캠프’에 살았다.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을 알지 못한다. 이들에겐 캠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이동의 자유’가 없었다.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난민캠프 내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퍼 양의 아버지는 낯선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국 사람은 친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퍼 양은 “한국 사람들은 정말 착하다”며 “길가는 사람들도 먼저 인사해주고 학교 친구들이 공부도 많이 도와줘 금방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네갈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 정부장학생으로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개발학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세네 씨도 “원주에서 단 한번도 인종차별을 겪어본 적 없다”며 “모든 사람들이 날 따뜻하게 맞아줬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주민들은 한국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다. 사회에서 맡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4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쿠마르 씨는 경기도 이천의 한 돼지 농장에서 포크레인으로 축사 청소를 한다. 약 50여명의 노동자 중 쿠마르 씨 또래의 한국인은 한 명 뿐. 쿠마르 씨 같은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2008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안산에 사는 ‘다둥이 엄마’ 쯔엉 씨는 “요즘 한국 사람들은 아이를 하나 아니면 둘 낳는데 아이를 넷이나 낳은 나한테 상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능숙한 한국어와 활발한 성격으로 동네의 베트남인-한국인 갈등을 중재하기도 하는 트롱 씨는 동사무소에서 독거노인 급식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성화를 나른 네 명의 이주민들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다’는 올림픽 정신이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왔다. “네 아이도, 남편도 모두 한국 사람이니 당연히 올림픽에서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는 쯔엉 씨는 “외국인 범죄가 부각될 때마다 모든 외국인이 나쁜 사람처럼 묘사되는데 그렇지 않다. 외국인이라고 싫어하지 말아달라”는 당부했다. 그는 “많은 외국인이 찾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이주민에 대한 색안경도 사라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서울 성화 봉송은 과거와 미래를 엿보는 이벤트도 구성됐다. 어가 행렬처럼 성화 봉송이 이뤄지기도 했으며 5세대(5G) 통신 기술이 적용된 ‘드론 성화봉송’도 함께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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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첫 발을 뗀 성화는 광화문을 거쳐 둘째 날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 자리 잡았다. 서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렸던 1988년 10월 2일 한국과 작별했던 바로 그 장소다. 첫 날엔 차범근, 서장훈, 양학선, 정대세 등 스포츠 스타들이 주자로 나섰고, 둘째 날엔 유명 코미디언 김재우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이 참여했다.

서울 성화봉송 3일 째인 15일부터 마지막 날인 16일까지 성화는 남산과 현충원 등을 지난다. 이후에는 경기 북부 지역과 최북단 지역을 거쳐 평창 올림픽의 본 무대인 강원도로 이동한다. 15~16일에는 야구 선수 박용택(LG트윈스)과 배우 차승원(이상 3일차), 박보검(4일차) 등이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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