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해킹해 암코드 해독하고 죽은 뇌를 되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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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과학기술이 바꾸어 놓을 2018 지구촌

“2018년 몇몇 분야에서는 공상 과학이 현실이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우주과학, 유전학을 위주로 한 의학, 인공지능(AI) 등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올 한 해 과학기술이 바꾸어 놓을 세상을 이렇게 전망했다.

○ ‘지구 밖 기지 건설’ 위한 무인우주선 발사

우주과학 분야에서는 화성과 달 등 지구 밖 ‘식민지 건설’과 소행성에서 지구의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등에 대한 진전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가 관심을 모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유럽우주국 같은 공공 기관은 물론이고 화성(火星)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네덜란드의 비영리재단 ‘마스 원(Mars One)’,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 업체로 벤처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 등이 ‘지구 밖 기지 건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1년 설립된 ‘마스 원’은 화성에 간 뒤 지구로 복귀하지 않고 정착시키는 ‘화성 정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만여 명이 지원해 4명 한 개조씩 6개조를 선발해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화성에 무인우주선을 보낸 뒤 빠르면 2024년부터 4명씩 차례로 보낸다는 구상이다. 올해 화성 정착지 개척을 위한 선발 무인우주선 발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팰컨 발사체와 드래건 우주선 시리즈를 개발해 우주 화물 운송 전문업체로 발돋움했다. 이제 우주 유인 여행, 나아가 화성 기지 건설 등에도 나서고 있다.

2030년 달 표면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목표를 세우고 있는 일본은 올해 7월 소행성 ‘1999 JU3’에 탐사선을 보내 샘플을 채취해 돌아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사의 소행성 샘플 채취 위성인 ‘오시리스-렉스(OSIRIS-REx)’는 8월 지구 인근의 소행성 베누(Bennu)에 도착해 표본을 채취한 뒤 2021년 현지를 출발해 2023년 돌아올 계획이다. 오시리스-렉스는 2016년 9월 8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일본과 나사의 두 프로젝트는 소행성에서도 지구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데 핵심적인 연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사는 5월에는 화성 내부를 연구하는 무인탐사선 ‘인사이트(InSight)’를 보내는데 이는 지구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죽은 뇌 되돌리는 실험도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크리스퍼(CRISPR·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유전자를 정교하게 자르고 교정함으로써 잘못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어쩔 수 없이 걸리던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개념이다. 약 5년 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 연구팀이 크리스퍼를 이용해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사람의 세포가 가진 DNA의 차이에 따라 진단과 치료를 하는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람의 세포에는 모두 똑같은 DNA가 30억 쌍씩 모여 있지만 개인별로 조금씩 DNA가 다른 부분이 있다. 한국인 등 아시아인과 유럽인은 약 300만∼400만 개, 아프리카인과는 400만∼500만 개의 DNA가 다르다. 앞으로 개인별 DNA 차이를 알아내면 개개인에게 더 잘 듣는 치료법을 추천하거나 앞으로 더 자주 걸릴 질병을 예상해 예방책을 조언해 주는 등 개인 맞춤형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 연구에서는 보다 많은 표본의 DNA 정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전체 13억 명 중 1억 명의 DNA 정보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며, 그 시작으로 지금까지 최대 규모인 10만 명의 게놈 데이터 연구를 우선 시작하겠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주목된다.

생명과학은 생활의 질 향상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지만 탈모 치료는 최근 모낭을 재생하는 치료와 줄기세포 연구가 대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체를 해킹’해 암(癌) 코드를 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중에는 첫 연구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의 생명과학 업체 바이오쿼크의 최고경영자인 아이라 패스터 박사는 뇌사자의 ‘죽은 뇌’를 되돌리는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의대 조지 처치 교수는 “인간 게놈 정보 파악에 대한 진단 및 치료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해 유전자 치료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을 시사했다.

이 밖에 의학계에서는 모든 종류의 독감에 적용되는 ‘유니버설 독감 백신’이나 전 지구에서의 소아마비 근절, 비만을 위한 새로운 약물 등의 개발에서 올해 큰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학 치료를 받기 전후 착용해 머리를 식혀 줌으로써 탈모를 줄여주는 모자가 지난해 5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모자의 실용화가 올해 가장 기대되는 의약적인 새로운 돌파구 중 하나라고 CNN은 최근 전했다.

○ 치매 치료까지 넓혀지는 AI

구글의 AI는 지난해 ‘알파고 제로’까지 나와 인간계 바둑을 평정한 데 이어 올해는 의약 분야에서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의학 분야로 방향 전환을 본격화한다. 잘못 접혀진 단백질 구조 때문에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AI가 ‘단백질 접힘’ 원인 등을 규명하면 치료에도 한 발 더 다가갈 것으로 의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앨런인공지능 연구소 소장인 오렌 에치오니 박사는 “AI의 적용 범위는 날로 광범위해져 정치적 과제나 요리에도 적용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말벗이 되어주는 ‘퍼스널 로봇’ 또는 ‘소셜 로봇’은 올해 더욱 본격적인 상업화의 길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상상력 공장’으로 불리는 MIT 미디어랩에서 탄생한 소셜 로봇 ‘지보’가 대표적이다. 사람과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고 표정을 통해 뜻을 전하기도 한다.

○ 첫 ‘두뇌 이식’ 수술?

올해 의학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중국에서 ‘두뇌 이식’ 수술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다.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인 세르조 카나베로 박사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머리 이식 수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수술에 나서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나베로 박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의 위대함을 다시 살리려 하는데 뜻을 이룰 것”이라고 수술 허락에 대한 찬사를 나타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어떻게 허용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카나베로 박사는 중국인인 ‘이식 두뇌 기증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으나 뇌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카나베로 박사는 시술에만 24시간 이상이 걸릴 수술에는 1억 달러의 비용과 수십 명의 외과의사 및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술에는 다이아몬드 칼로 환자와 기증자의 척수를 동시에 절단한 뒤 이식하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특히 이식할 두뇌가 이식되기 전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체온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SCMP는 전했다.

카나베로 박사는 지난해 6월 머리 이식을 준비했으나 수술 비용을 지불할 후원자를 찾지 못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카나베로 박사는 ‘베르드니히 호프만병’이라는 선천성 척수근육 위축증을 앓았던 러시아인 남성 환자(당시 31세)로부터 2015년 수술 자원을 받고 수술을 준비 중이었다.

두뇌 이식에 대해 상당수 과학자들은 아직 동물실험 결과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어서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현실화 논란도

올해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메리 셸리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발표한 지 200년이 되는 해다.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제네바의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이 죽은 자의 뼈로 신장 244cm의 인형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었으나 괴물로 변해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유전과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 없이 괴물을 창조해 그야말로 ‘괴기’였으나 공상과학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프랑켄슈타인 200년’을 맞은 올해 과학자들은 진짜 ‘괴물’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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