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지 않는 자의 골프 이야기]<15화>내가 골프를 치지 않는 50가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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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 가펑클의 폴 사이먼(76)이 1975년 발표한 ‘연인을 떠나는 50가지 방법(50Ways to Leave your Lover)’이란 노래가 있다. 사이먼 특유의 담백한 목소리와 서정적 가사가 돋보여서 매우 좋아한다.

골프에 관해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골프를 치지 않느냐?’다. 폴 사이먼의 이 노래 제목을 빗대 50가지 이유를 들어보려고 한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은 물론 지인 중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이나 치다가 관둔 사람들의 이유까지 모았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돈이 정말 없다” “너무 비싸다”는 사람도 있고 “가성비가 떨어져서” “부인 눈치가 보여서”라는 답도 많았다.


1. 라운딩 비용이 너무 비싸다.

2. 골프 장비도 비싸다.

3. 레슨 받는 비용도 비싸다.

4. 돈은 있지만 부인 눈치가 보인다.

5. 골프 칠 비용으로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많다.

6. 골프를 치며 잃는 돈이 너무 아깝다.

7. 캐디피, 내기 등 반드시 현금으로 들여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8. 골프장 내 식당의 밥값은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다. 맛도 없는데…

‘시간’에 관한 이유도 다수 있다.

9. 라운딩 시간은커녕 연습장 갈 시간도 없다.

10. 들이는 시간 대비 효용이 너무 떨어진다. 라운딩 1회, 오고가는 시간, 샤워 시간 등을 합하면 최소 6시간이 필요하다.

11. 휴일을 자유롭게 보내고 싶다.

12. 최소 휴일 반나절을 소비하니 골프장 갈 때 가족 눈치가 많이 보인다.

13. 종교 생활을 방해한다.

14. 죽을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한다. 끝이 없다.

‘꼭 갖춰야 할 장비, 꼭 지켜야 할 에티켓, 훈수 두는 사람’이 많아 싫다는 의견도 있다.

15. 복장과 태도에 대한 구속이 너무 많다. 꼭 골프 의류를 입어야 하나?

16. 장비가 너무 무겁고 그 종류도 너무 많다. 사실 대부분의 채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 않나.

17. 장비를 자주 교체해야 한다. 몇 달만 지나면 더 좋은 장비가 출시된다.

18. 외국에서 칠 때와 달리 앞조, 뒷조와 간격이 너무 빡빡하다. 특히 뒤따라오는 조의 눈치를 봐야하는 게 싫다.

19. 깐깐한 캐디를 만나면 “빨리 쳐라” “멀리건은 절대 안 된다”며 봐 주지 않는다.

20. 선생 노릇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레슨 프로나 같이 치는 고수는 물론이고 연습장 옆 자리 사람조차 “다리를 좁혀라/벌려라, 어드레스가 잘못 됐다, 몸통 회전을 더 해라/줄여라” 등등 말이 많다.

‘업무의 연장’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21. 접대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 ‘일’이다.

22. 골프장까지 최소 2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것이 싫다.

23. 그 와중에 상사나 거래처 사람을 모시고 가야 하는 건 더 싫다. 나는 운전사가 아니다.

24. 골프는 좋지만 이어지는 술자리가 싫다.

25. 좋은 골프장은 예약하기도 힘들다. 접대 골프는 ‘부킹도 일’이다.

26. 상사보다 너무 잘 치면 안 된다. “자네는 일 안하고 골프만 치나”라고 한다.

27. 상사보다 너무 못 쳐도 안 된다.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 그 모양인가”라고 한다.

‘동반자’에 관한 내용도 있다.

28. 함께 칠 동반자를 구하고 모으는 게 쉽지 않다.

29. 속이는 사람이 많아서 싫다. 종종 다투게 된다.

30. 딱히 나보다 잘 치는 것도 아닌데 아는 척 하는 동반자를 만나면 최악이다.

31. 눈보라, 비, 강추위 등이 닥칠 때면 취소하고 싶다. 하지만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서 내 마음대로 취소할 수도 없다. “부모상 아니면 골프 약속 취소는 어림없다”는 동반자가 꼭 있다.

‘사회적 인식 및 위화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도 많다.

32. 아직 상류층의 운동이다. 나는 자격이 되지 않는다.

33.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는데 아직도 골프 치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34. 사회적 불평등을 용인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35. 캐디를 마구 부리는 것 같아서 싫다.

36. 환경을 저해하는 운동이다.

‘운동으로서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37. 운동 효과가 별로 없다. 자고로 운동은 격해야 한다.

38. 특정 신체 부위에만 효과가 있다.

39. 손목, 갈비뼈 등등 부상 위험이 크다.

40. 벼락 맞을 수도 있다.

41. 다른 운동에 비해 초기 학습 시간이 너무 길다.

42. 그냥 운동 자체가 싫다.

‘휘둘리는 느낌이 싫거나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43. 솔직히 이렇게 어려운(?) 운동인 줄 몰랐다. 조금만 연습하면 잘 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뜻대로 안 된다.

44. 타수나 승부에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45. 즐거울 때보다는 후회할 때가 많다.

46. 한 번 빠져드니 부모자식도 안 보인다(?). 너무 빠져서 나 자신을 잃는 것 같다.

47. 골프장에서 남녀 혹은 갑을관계의 사람들이 어울리는 분위기가 싫다.

48. 특정 나이가 되면, 어느 레벨에 올라가면 왜 다 골프를 쳐야 하나?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

49. 태생이 ‘비주류’ ‘아웃사이더’다. 남들과 어울리기 싫다. 혼자 하는 운동이 좋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필자가 드는 이유다.

50. 골프를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다. 골프 치는 중장년 남성은 많지만 안 치는 사람은 적으니 졸고를 쓸 기회가 주어진 것 아니겠는가. 올 한 해 부족한 글을 읽어봐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parkjaehang@gmail.com


::필자는?::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미래연구실장,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프랑스계 다국적 마케팅기업 하바스코리아의 전략부문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 ‘브랜드마인드’, 역서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로드 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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