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오염된 의약품이 패혈증 등 일으켰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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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바이러스-세균 감염 취약… 4명 모두 같은 원인으로 숨진듯

이대목동병원 내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을 놓고 전문가 대다수는 “4명 모두 같은 원인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병원 신생아실에서 4명이 숨지는 일이 81분 사이에 우연히 겹쳤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다른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및 감염내과, 산부인과 교수 8명에게 자문한 결과 4명은 오염된 의약품이 염증 반응을 일으켰을 공산이 크다고 추정했다. 특히 바이러스나 세균이 피부 접촉이나 공기 흡입으로 옮았을 가능성보다는 정맥 주사를 통해 혈액에 직접 침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던 신생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2001년 경기 고양시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아스트로와 로타바이러스에 각각 감염된 신생아 2명이 숨졌지만, 당시엔 혈액이 아닌 음식물을 통해 옮은 것으로 추정됐고 두 영아의 사망 시점도 닷새 이상 차이가 났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 양천보건소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사제와 수액 등을 수거했다. 항생제에 저항성이 있는 아시네토박터균, 녹농균 등에 감염되면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는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호흡이 가빠지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만, 숨진 영아들이 엄마 배 속에 머문 기간이 25∼34주인 미숙아(재태 기간 37주 미만)라서 이 같은 면역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숙아의 몸속에 흐르는 혈액은 성인의 10분의 1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은 양의 감염균이 급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생아가 사망 9시간 전부터 배가 부풀어 오르는 등의 증상을 보인 점을 들어, 장 세포가 죽어 염증을 일으키는 괴사성 장염이 의심된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국인 연세대 세브란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집단으로 발생했다면 원래 장이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았기 때문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8명 중 3명은 일시적으로 산소공급기 등 생명유지 장치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고홍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심장 기능이 연달아 떨어진 것으로 보아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을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현장에서 수거한 검체를 분석해 이르면 18일 바이러스 검출 여부 등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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