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 강변… 美 “김씨 정권 불법 핵무기 도발” 몰아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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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회의서 정면충돌

“도발 중단이 계속돼야 대화할 수 있다.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길을 스스로 내라.”(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우리의 핵무기는 미국에 맞서기 위한 자위적 조치다.”(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

15일(현지 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미국과 북한의 대표가 설전을 벌였다. 사흘 전 “일단 만나자”며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었던 틸러슨 장관은 이날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며 강경론으로 되돌아갔다. 미국이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 물밑 접촉을 했으나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자 강공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대화 문턱 다시 높인 미국

틸러슨 장관은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자 대사 면전에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외교적 경제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작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른 국가의 동참을 촉구했다. 사전 배포한 연설 자료에 있던 “대화에 전제조건이 없다. 북한이나 다른 쪽이 제안하는 전제조건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대목을 회의장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사흘 전 ‘조건 없는 대화’ 제의와 비교해 “명백한 유턴”이라고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던 자 대사는 발언권을 신청한 뒤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한이 주장해 온 대로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확산 논의를 하자면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 대화를 일축한 것이다.

이에 틸러슨 장관은 추가 발언까지 요청하며 “긴장 고조의 책임은 북한에만 있다”며 북한을 거듭 몰아세웠다. “불법 (핵)무기를 불법적으로 폭발시키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한 나라가 있다. 그것은 북한의 ‘김씨 정권’”이라고 맞받아쳤다. 틸러슨 장관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이 잘못될 때를 대비해 군사적으로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 성과 없는 북-미 물밑 접촉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이 12일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뒤 미 국무부 관계자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가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을 되풀이하며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앉는 조건 등에 대해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반응이 사실이라면 틸러슨의 대화 초대장을 사실상 북한이 무시한 꼴”이라고 해석했다.

외교가 일각에선 북-미가 대화 채널을 가동이라도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탐색전이 거듭되면 숨고르기를 거쳐 본게임도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에도 “미국과 북한이 2, 3개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서로가 ‘첫 대화를 할 시점’이라고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유엔은 19일 오전 10시 총회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유엔은 2005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는데 올해는 이산가족 상봉, 억류 외국인에 대한 합당한 조치 등이 새로 포함됐다. 올해까지 채택되면 북한은 13년 연속 인권 문제로 유엔 총회 차원에서 규탄을 받게 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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