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007작전 못지않은 중세의 특수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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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작전/유발 하라리 지음·김승욱 옮김/440쪽·1만8000원·프시케의숲

프랑스와 잉글랜드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1337∼1453) 당시 어부로 변장해 묄랑성으로 진격하는 프랑스군의 모습을 그린 그림. 프시케의숲 제공
프랑스와 잉글랜드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1337∼1453) 당시 어부로 변장해 묄랑성으로 진격하는 프랑스군의 모습을 그린 그림. 프시케의숲 제공
“북한의 사이버특수부대가 우리나라의 이지스함 설계도를 해킹했다.”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에 북한 수뇌부 참수작전 훈련을 담당할 미군 특수부대원이 탑승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작전은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 아닌 이 같은 특수작전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현대사회는 특수작전의 전성기다. ‘미션 임파서블’ ‘007 시리즈’ 등 거의 모든 액션영화의 기둥 줄거리에는 특수부대가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은 특수작전이 현대전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중세의 전쟁을 살펴보면 특수작전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전공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하라리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이 책은 1098년 십자군전쟁부터 1536년 프랑스-합스부르크 전쟁까지 이 기간에 펼쳐진 특수작전을 샅샅이 분석한다. 등장하는 인물만 250명이 넘는다. 하라리의 흡입력 있는 문체와 통찰이 책 전반에 골고루 녹아 있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특수작전의 특징은 기반시설, 무기체계, 상징, 인물 등 핵심 타깃만 공격해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이다. 1098년 풍부한 식량이 쌓여 있던 요새 안티오키아성을 함락하기 위해 십자군이 구상한 암살조직 ‘니자리파’의 작전, 1330년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 하며 국정 농단을 일삼은 잉글랜드의 이사벨라 왕비를 제거하기 위해 실행된 노팅엄성 비밀 침투 등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들이 스토리텔링식으로 소개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대담한 작전#유발 하라리#김승욱#특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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