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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집 39%가 80대 이상… “月 10만원 못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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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집 39%가 80대 이상… “月 10만원 못벌어”

홍정수기자 입력 2017-12-13 03:00수정 2017-12-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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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417명 전수조사
11일 서울 중구 청계천 장통교에서 한 시민이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지나가고 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2.3도를 기록했고 전날 내린 눈비가 얼어 거리는 빙판이 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도권에 한파주의보가 내린 12일 오전 6시 반. 동도 트기 전 영하 12도의 칼바람이 불었지만 서울 종로구의 작은 고물상 ‘인선사’ 앞에는 폐지를 잔뜩 실은, 크고 작은 손수레 8대가 서 있었다. 손수레 주인은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 “몸은 아프지만 사지육신 멀쩡한데…”

이들이 한 명씩 손수레를 끌고 들어와 바닥저울에 올려놓자 전광판에 무게가 표시됐다. 폐지 10kg에 대략 1000원꼴. 퇴직 공무원인 남성은 “운동하니까 땀이 나는걸!”이라며 씩씩하게 고물상을 나섰다. 큰 수레, 작은 수레를 가져온 60대 여성은 “대학생 조카와 같이 모은 거야. 난 병자야. 몸이 아파. 그래도 사정이 있으니까…”라며 말을 흐리다가 “이제 또 일 나가야지”라며 총총 자리를 떴다.


인선사를 찾는 사람은 하루에 30명 안팎. 최기봉 대표(58)는 “겨울철에는 건강한 분들은 오전 6∼7시에, 나이 드신 분들은 9∼10시에 주로 오신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말하는 사이 허리가 잔뜩 굽은 할머니가 수레를 끌고 인선사 앞을 지나쳤다. “아이고, 어디까지 가셔!”라는 최 대표의 외침에 고개를 든 할머니는 그제야 정신이 든다는 듯 인선사로 들어왔다. 수레까지 38kg을 끌고 온 할머니는 손에 2700원을 쥐었다. 추위에 곱은 손가락이 자꾸 동전을 떨어뜨렸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추운데 왜 나오셨느냐”는 질문에 “다리가 저려”라면서 천천히 동전을 주웠다.

○ 폐지 줍는 ‘여성·홀몸·저소득’ 노인

서울에서 이들처럼 폐지를 줍는 만 65세 이상은 2417명이다. 서울시가 9월 한 달간 25개 자치구 재활용품 수집업체를 방문해 전수조사한 결과다.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폐지 수집 노인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적으로는 약 175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수조사 결과 폐지를 줍는 노인의 상당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명 가운데 한 명(35.2%)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다. 절반가량은 홀몸노인이다. 여성 비율이 남성의 두 배였다. 81세 이상이 39.4%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지만 주 5일 이상 폐지를 줍는다는 응답자는 48.9%나 됐다.

대부분(82.3%)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수집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폐지를 팔아 버는 돈은 많지 않다. 한 달에 5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28.8%였다. 대부분 식비(34.3%)와 의료비(30.8%)로 지출한다. 남편이 건강이 나빠 일하지 못한다는 77세 여성은 “이거 벌어서 약값은 턱도 없다. 먹고 싶은 반찬이나마 사먹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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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성 지원보다 장기적 돌봄 절실

하지만 이들을 폐지 수집 대신 규칙적인 일자리로 전환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본 응답자는 27.9%에 불과했다.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수당이 낮다(2.9%)거나 기초연금을 받지 않아 신청자격이 없다(2.2%)보다 기타(89.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현정 서울시 복지혁신팀장은 “날씨나 건강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폐지 줍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현금으로 바로 교환되기 때문에 폐지 수집을 선호하기도 한다. 소득원이 외부에 드러나면 수급자 지위가 박탈될 것을 우려해서다. 건강이 좋지 않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사지육신 멀쩡한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응답자도 많았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기보다 사회보장 체계에 깊숙이 끌어들일 방안을 찾고 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과 연계해 복지 플래너나 방문 간호사들이 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기업과 협력해 수익금 매칭 사업을 하거나 야광조끼 등 안전물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환중 시 복지정책과장은 “최소한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거나 의료 등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생기면 먼저 찾아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유대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폐지수집#서울시#전수조사#8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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