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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神 vs 과학… 댄 브라운, 인류의 운명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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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神 vs 과학… 댄 브라운, 인류의 운명을 묻다

손효림기자 입력 2017-11-25 03:00수정 2017-11-2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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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2/댄 브라운 지음/안종설 옮김/372쪽, 352쪽/각 1만3000원·문학수첩
폴 고갱의 유채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년). ‘오리진’에서는 천재 컴퓨터 과학자 에드먼드 커시가 이 대형 걸작을 집에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작품의 제목은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커시가 천착한 질문이다. 동아일보DB
이번엔 인류의 시작과 끝이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로스트 심벌’ ‘인페르노’ 등으로 유명한 저자(53)가 4년 만에 내민 카드다. 배경은 스페인이다.

로버트 랭던 하버드대 교수는 천재 컴퓨터 과학자인 제자 에드먼드 커시의 초청으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한다. 유럽의 금융 위기를 예측하고, 자신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유럽연합을 위기에서 구해내 ‘예언자’로 불리는 커시가 중대한 내용을 발표하는 행사에 참석한 것. 이에 앞서 커시로부터 발표 내용을 미리 들은 저명한 종교 지도자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유명 인사들이 미술관에 모인 가운데 커시는 인류의 기원과 미래에 대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내용을 밝히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숨진다. 랭던의 활약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기존 작품에서 그랬던 것처럼 명석한 미녀가 동행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장이자 스페인 왕자의 약혼녀인 암브라 비달이다. 랭던은 커시가 밝히려 했던 내용을 찾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을 돕는 이는 또 있다. 커시가 만든 인공지능 ‘윈스턴’은 랭던과 비달이 왕실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헬리콥터와 자율 주행 기능 자동차로 바르셀로나에 있는 커시의 집과 연구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안내한다.

이처럼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전작과 동일하다. 하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전개는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읽는 이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새로운 장소에서 펼쳐지는 예술과 지식의 향연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나카야 후지코의 ‘안개 조각’, 제니 홀저의 ‘빌바오를 위한 설치’, 이브 클랭의 ‘수영장’ 등 ‘랭던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현대 미술 작품은 신선함을 선사한다. 커시의 발표 내용이 담긴 컴퓨터에 접근하기 위해 47개 글자로 된 암호를 찾아내는 과정 역시 익숙한 설정이지만 풍성한 지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마드리드 왕궁과 몬세라트 수도원,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밀라 등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세밀하게 묘사돼 스페인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커시의 죽음을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속보가 인터넷사이트인 컨스피러시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상황은 지금 사회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반영한다.

다만 랭던이 마침내 암호를 풀어 커시가 발표하려던 내용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팽팽했던 긴장의 끈은 다소 느슨해진다. 기자가 과학 분야에 조예가 깊지 않지만 소설이라 하더라도 커시의 발견이 전 세계와 종교계를 뒤흔들 만큼 파괴력을 지녔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5년간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에너지와 생명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제러미 잉글랜드 등 유명 과학자들의 이론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천사와 악마’, ‘인페르노’에서 다뤘던 종교와 과학의 불꽃 튀는 대결을 이번 책에서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를 위해 신과 과학이 정면승부를 펼치는 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승부의 과정과 결과가 아주 새롭지만은 않기에 맹렬하게 질주하던 자동차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힘에 부치는 인상을 준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련해 놓은 반전 장치는 인공지능의 한계와 도덕성을 지닌 존재로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원제는 ‘Origin’.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오리진#origin#댄 브라운#안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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