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간호 등급부터 1등급으로 올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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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강원 센터장 3명 인터뷰

북한 귀순 병사 오모 씨(25)를 극적으로 살려내면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등 국내 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이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외상센터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국내 외상센터장들은 하나같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의 절대적 부족 문제를 첫손에 꼽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조영중 외상센터장은 “중증 외상 환자는 다른 응급 환자에 비해 출혈, 감염 등으로 혈압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하는 약이 많고 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 순환기), 혈액투석기, 정맥줄 등 투입되는 의료기기가 많다”며 “그래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 병원의 중환자와 비슷한 업무 강도가 아니라는 것.

외상센터 대다수는 간호 등급이 2등급이다. 1등급이면 간호사 한 명당 환자를 1, 2명꼴로 볼 수 있지만 병원에선 추가 인건비 문제로 겨우 2등급에 맞춰져 있다. 즉, 간호사 1명이 환자 2, 3명을 보는 셈이다. 게다가 이직률이 50%에 이를 만큼 심해 대략 환자 3명 이상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상센터는 원래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1 대 1이 돼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24시간 집중 관찰할 수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외상센터만이라도 정부의 지원을 통해 간호 등급을 1등급으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외상센터의 노동 강도가 훨씬 센 만큼 보상체계도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대병원 조현민 외상센터장은 “현재 의사에 대해서만 1인당 1억2000만 원 정도 지원받지만 간호사 지원은 아예 전무하다”면서 “간호사 인력은 병원이 알아서 해야 된다. 적자가 나는 구조에서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충원시켜 줄 순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외상센터를 만든 목적은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낮추는 일이다. 현재는 예방 가능한 사망률(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했을 환자 비율)이 30.5%로 선진국의 10%에 비해 턱없이 높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이송체계. 병원의 전 단계에서 환자를 외상센터에까지 이송하는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배금석 외상센터장은 “사설 앰뷸런스의 경우 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외상센터보다는 근처에 있는 병원에 이송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다발성 외상의 경우 외상센터로 우선 이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외상은 일반 응급환자와는 달리 외상센터 도착이 30분 늦으면 절반이 사망하고, 1시간 늦으면 대부분 사망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의 경우 환자를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헬리콥터가 착륙할 공간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외상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다. 부산대병원 조 센터장은 “일반 국민이나 심지어 의료진조차 외상이 생기면 큰 병원 응급센터에 가지 외상센터에 왜 가냐고 말한다”라며 “외상 의료진들은 세부적으로 보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와는 달리 환자 상태 전체를 보도록 훈련받았다. 따라서 외상 환자 도착 즉시 진단, 치료, 수술, 중환자실 이송 등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도록 특화된 곳이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조영중 센터장은 “고귀한 희생정신만을 강조하면 결국 의료의 최전방에 있는 외상센터는 모두가 기피할 것”이라면서 “응급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하면 병원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외상센터#간호사#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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